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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들꽃(심보통 1979~)

스토리텔링Pro. 심지훈 2017. 5. 8. 07:58


들꽃(심보통 1979~)

 

들꽃은 작디작다

작게 피어 더 방통하다

들꽃 앞에선

누구나 겸손해진다

허리를 낮추고

고개를 숙여야

겨우 눈인사 할 수 있다

 

봄이 되면 들꽃은

숱한 인사를 받는다

그 인사밥 먹고 고개를 치든다

그 들꽃에게

건방지다 손가락질 하는

이 본 적 있는가

사람이 선()해 그런 게 아니다

 

들꽃은 안다

고개 들 때와

고개 숙일 때를 

들꽃은 안다

피어오를 때와

숨죽일 때를

 

형형색색 들꽃들은

숭어리째 피고

함초롬하게 피어

큰 사랑받아도

시기질투하는 법이 없다

 

꽃봉 내어줄 때

꽃봉 내어주는,

꽃 내어줄 때

꽃 내어주는,

잎 내어줄 때

잎 내어주는,

제 깜냥 잘 알기 때문이다

 

들꽃은 작디작아 더 방통하다.

/심보통 2017.4.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