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영화&공연 리뷰

[신간] 마을, 예술을 이야기하다

스토리텔링Pro. 심지훈 2017. 2. 8. 15:42

/한국콘텐츠연구원

 

현장성은 곧잘 이론을 능가한다. 그리고 그 현장성이라는 것이 편협하지 않을 때, 신뢰와 공감의 폭이 넓어지기 마련이다. 이 책은 현장에서 뭔가를 이뤄온 이가 썼다. 해서 문장과 문장 사이, 행간 사이에는 뚜렷한 신념이 읽힌다. 신념을 가진 저자가 저돌적으로 들고 나온 주제는 마을 만들기’.

사실 마을 만들기에 관한 책은 이미 시중에서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다. 그럼에도 마을, 예술을 이야기하다가 눈길을 끄는 이유는 20년간 경상북도 공무원으로 최일선 현장을 누비면서 국내외 모범사례를 바지런히 끌어 모으고 분석하고 전략까지 제시하는 성실함을 보였기 때문이다.

400페이지가 넘는 마을, 예술을 이야기하다에서 저자가 주장하는 바는 명징하다. 우리 미래 세대인 청소년과 아이들이 행복해질 수 있도록 마을 고유의 미()를 오늘에 맞게 예술로 승화하자는 것이다. 그것이 부국(富國)이 되는 첩경이기도 하다.

마을. 쉬워 보이는 주제지만 참 답이 안 나오는 주제이기도 하다. 마을은 공간적인 면에서 분명 도시 보다는 접근하기 쉽다할 수 있지만, 막상 현실을 들여다보면 녹록지 않다는 걸 알 수 있다.

저자가 진단한 대로, 21세기 마을들은 과도한 토목공사로 개성과 특색을 잃어버렸다. 또 보조금으로 지은 축사는 다시는 찾아오고 싶지 않은 마을의 상징이 된 지 오래다. 제멋대로 종횡으로 가로지른 전깃줄은 마을 외관을 엉망진창으로 만들었고, 마을 냇가는 양껏 세워 바른 시멘트 둑으로 시골 고유의 정취를 앗아가 버렸다.

사정이 이러하니 마을을 옛 모습마냥 한 폭의 수채화처럼 회복시키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닌 게 돼 버렸다. 해서 저자가 주목하는 마을 만들기는 지리적 환경 덕분으로 개발과 환경오염의 손길이 거의 미치지 않은 산촌 강촌 어촌이다.

저자는 주로 경상북도 사례를 분석했지만, 우리나라 어딜 가나 산촌 강촌 어촌은 앳된 소녀처럼 온전히 제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는 점에서 마을 만들기에 관심이 있는 지역 활동가, 일선 공무원들이 참고해도 좋겠다.

저자는 마을의 전통성과 자연 경관을 온전히 보전하고 있는 산촌 강촌 어촌을 삼촌(三村)이라 명명하고, 경상도의 경우 백두대간 낙동강 동해를 삼촌의 뿌리라고 진단한다. 백두대간에는 십승지 금강소나무 산채(山菜) 청백리 이야기가, 낙동강에는 오곡백과와 종가문화가, 동해에는 창해삼국 우산국 이야기가 그 전통적인 모습을 잃지 않고 면면히 전해 내려오고 있다.

해서 저자는 산촌을 스위스 알프스처럼, 강촌을 이태리 베니스처럼, 어촌을 그리스 지중해섬처럼 만들자고 제안한다. 공식도 있다. 이른바 ‘mc=g@h@a’로 경관(green) 인문(human) 자원과 예술적(artistic) 감각을 네트워킹(@) 하자는 것이다.

이에 따른 전략도 5가지로 제시한다. 비우기, 배우기, 상상하기, 디자인하기, 나누기 전략이다. 하지만 이를 위해 반드시 선결돼야 할 조건이 있다. 마을주민, 전문가, 공무원이 삼위일체가 돼 전략적 협업을 잘 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상 가장 기본이면서도 가장 어려운 것이다. 하지만 저자는 할 수 있다는 쪽에 마음이 온전히 닿아 있다.

왜냐. 저자 김남일은 돈키호테 공무원으로 정평 나있다. 20년간 현장에서 잘못된 건 바루고, 미흡한 건 끊임없이 채우고, 남들이 꿈같은 이야기라고 한 걸 기어이 해내는 방식으로 살아왔다. 저자가 지난 20년간 얼마나 많은 일들을 이뤄냈는지는 책에서 확인해 보시길


*이 글은 대구한국일보가 발행하는 월간문화잡지 <엠플러스한국> 2월호에 실린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