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지훈 문화칼럼] 쇄신은 끝났다, 쇄신은 없었다!
#쇄신은 끝났다, 쇄신은 없었다!
5월 한 달 동안 타이트하게 밀어붙인 대구한국일보 조직쇄신이 일단락됐다. 하나 쇄신은 끝났으되, 쇄신은 없었다.
모든 키를 대표에게 넘기기로 한 날, 나는 대구성서경찰서를 방문했다. 김호방 정보과장을 비롯해 오랜 옛 동지들을 찾아간 것이다.
대구에서 하루 숙박하고 깬 이른 아침은, 무척 외로웠다. 그 결에 김 과장이 생각났다.
그는 경찰 혁신의 작은 아이콘, 나는 대구한국일보 조직쇄신의 아이콘.
이심전심(以心傳心). 외로운 사람은 외로운 내 마음을 헤아려주지 않을까. 해서 6년 만에 옛 출입처로 들어간 것이다.
김 과장을 만나고 온 이튿날, 그는 내게 이런 메시지를 주었다.
"말 뿐인 혁신, 쇄신은 필요 없다. 실천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말로 하는 쇄신은 누가 못하나."
사실 나는 그에게 인터뷰를 요청하러 갔었다. 경찰 조직쇄신을 위해 꾸준히, 하루에도 몇 건씩 자기 소신을 페이스북에 밝히는 그를 언론의 틀로 정식으로 앉혀도 좋겠다고 판단했다.
김 과장은 내게 말했다.
"심 작가, 당신 조직부터 쇄신하고 와요. 그러면 내가 인터뷰 하지."
나는 어쩌면 김 과장과 인터뷰를 못할지도 모른다. 내 정언대로 쇄신은 끝났지만, 쇄신은 없었기 때문이다.
나는 어제 <대구한국일보 식구들께>라는 장문의 편지를 단톡방에 올렸는데, 편지 내용 중에 이런 게 있다.
"쇄신은 애초에 없었고, 허무맹랑한 것이었습니다. 인간은 근본적으로 변하지 않기 때문입니다."<대구한국일보 식구들께 中>
하나 대구한국일보 유명상 대표는 내게 어제 애정 어린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내가 예전에 판매국의 나쁜 관행을 뜯어 고치려고 칼을 빼들었다가 실패한 일이 있어요. 분명 내가 맞고, 그들이 잘못됐는데도 그들이 집단반발하니 내가 당해낼 재간이 없더라고요. 이번에 지훈씨가 조직쇄신에 앞장서면서 일어나는 일들을 보면서 옛 생각이 나더라고요. 지훈씨 나랑 천천히 갑시다. 그러면 다 되요."
못 할 것 같은 열혈경찰 김호방 과장의 인터뷰는 기약 없이 미뤄두는 것으로, 그러나 반드시 미래 어느 날 하는 것으로 약속해야겠다.
대구한국일보 진짜 쇄신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심지훈 대구한국일보 한국콘텐츠연구원 총괄에디터2016.5.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