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지훈 문화칼럼] 착각사회
@심지훈2016.6.25
#착각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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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만주모던(문학과지성사, 2016)
2. 북유럽 세계사(소와당, 2016)
3. 난학의 세계사(알마, 2014)
4. 조선왕조의 기원(너머북스 2013)
5. 변경에서 바라 본 근대(산처럼, 2006)
6. 아틀라스 중앙 유라시아(사계절, 2016)
7. 기억의 공간(그린비, 2011)
8. 우리 동학(경상북도, 2015)
9. 변경의 동학-상주동학이야기(한국일보 대구본부, 2015)
10. 세상을 바꾼 43일- 새마을운동발상지 신도마을이야기(2013, 청도군)
위에 나열한 책 10권은 변방의 눈으로 인간 세계(조직, 공간, 주제)를 바라본 것들이다.
2000년대 들어 새로운 시각으로 인간 세계를 조망한 이런 류의 책들이 '입심'을 발휘하고 있다.
참고로 이 책들 중 8, 9, 10번째 책은 필자가 저술한 것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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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내외에서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표출되면서 분노지수가 치솟는 모양새다. 가족으로 국회의원 사무실을 운영해 21세기 가내수공업의 전범(?)을 몸소 보여준 더불어민주당 서영교라는 '철면피'를 두고, 왜 글을 쓰지 않느냐고 지인이 질타하듯 권했다.
필자는 "쓰레기는 저절로 정화되는 것이지, 글을 쓴다고 청소되는 게 아니라"고 말해주었다.
정치판엔 '서영교, 서영교'가 떠들썩하다. 그걸 두고 더불어 손혜원이란 '여자'는 "어느 정도 알고 있는 사실이 왜 이 타이밍에서 불거진지 모르겠다"는 서영교 씨를 두둔하는 글을 썼다가 여론이 좋지 않자 슬그머니 해당 글을 내렸다.
더불어 대표 할아버지는 눈치만 보다가, 사건 이틀 지나 "감사를 해서 결과가 나와야 뭐든 할 수 있다"는 노회한, 그러나 졸렬한 수를 두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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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뉴스로 눈을 돌려보자, 학교전담 경찰관들이 담당 여고생과 성관계를 했다가 발각되자 슬그머니 사표를 제출했고, 해당 경찰서는 유야무야 덮으려 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공교롭게도 '경찰관들'은 부산에 근무하는 '두 마리'로, 서로 다른 경찰서 소속으로 사달을 냈다.
이 뉴스를 두고 대한민국 누리꾼들은 갑론을박 중이다. 미친 놈들이라는 의견이 우세하지만, 더러는 '경찰관들'만 죄가 있겠냐는 의견도 제법 된다.
우리 사회 이런 뉴스는 이제 '노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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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사회적으로 분란이 될만한 사건이 발생하면, 그 사안에 대해서는 참 묘한 현상을 목도하게 된다.
우리 사회가 대단히 도덕적이고, 마치 준 '성인군자들'로만 채워진 것 같다는 착각을 퍽 강하게 들게 하는 것이다.
기실 대한민국은 품격이 있는 국가인가, 국격을 갖춘 나라인가. 국민들의 의식수준이 대단히 높은가. 기초질서 의식이 일본만큼 되는가.
이런 질문 앞에서 '그렇다'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국민은 몇이나 될까.
우리 국민들은 이 나라에 대해 단단히 착각하고 살아가는 게 아닌가 한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민주화와 경제화를 이룬 세계 유일의 나라'라는 후대의 평가를 아전인수 격으로 이해하고 살아가는 동시에, 국민 의식도 저절로 선진국 수준에 버금가거나, 같아졌다는 착각을 너무 쉽고, 너무 안일하게 하고들 사는 게 아닌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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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선 별도의 자료를 어렵게 구해 댈 필요도 없다. (천박한 대한민국의 민낯을 기어이 확인해 보시려거든 필자의 <우리 동학> 서문을 참고하시라.) 나흘 전의 <김대중 칼럼-우리는 정녕 여기까지인가?> 한 대목을 보자.
최근 엉뚱하게도 일본의 한 매체(비즈니스저널)가 우리 한국인의 '아픈 곳'을 후벼 파고 지나갔다. '한국인은 숨 쉬는 것처럼 거짓말을 한다'는 것이다. 이 저널은 "예전부터 사회 전반에 거짓말과 사기(詐欺) 행위가 만연했지만 경제 불황이 심해지면서 사기 범죄가 더욱 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한국 경찰청의 통계를 들이대고 있다. 2000년 위증죄로 기소된 사람은 1198명, 무고죄는 2956명, 사기죄는 5만386명이었는데 2013년에는 위증이 3420명, 무고가 6244명, 사기가 29만1128명으로 급증했다며 "이는 일본의 66배에 이르는 것이며, 인구 규모를 감안하면 165배나 많은 것"이라고 썼다. 놀라운 것은 한국의 사기 피해액이 43조원에 달하며 이는 한국이 세계 제1의 사기 대국(大國)이자 부패 대국이라고 주장한 대목이다. 이 매체는 그 원인으로 학력 위주 사회 구조, 치열한 경쟁과 사생결단적 사고, 무슨 수로라도 주위를 밀어내고 올라서려는 욕구 등을 거론하고 있다.(2016.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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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자는 말할 것이다. 침소봉대 하지 말라고. 개소리 말라! 침소봉대 운운하는 것이야말로 대한민국을 제 유리한대로, 제 편한대로 보고 말겠다는 것 다름 아니다.
대한민국은 한 마디로 <착각사회>다. 후대를 위해서 내가 무엇을 할 것인지 건설적인 마음으로 살아가는 자들보다 당대에 내가 뭘 더 누릴 지, 이웃으로부터 무엇을 더 뺏을 지를 고민하는 '악귀들'이 판치는 사회다. 천박한 자본주의에 빠져 돈을 조금 더 가진 자는 더 가지려고 발악을 하고, 이웃을 넘어 이제는 제 형제 부모의 등에도 칼을 꽂아대는 어마무시한 사회다.
그 사회가 한쪽 단면이라고 하자. 그렇대도 이를 안일하게 생각하고서 다른 좋은 것만, 달콤한 것만 이야기한다면 세상은 점점 더 절망의 나락으로 고속주행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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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나라 국민들은 정신 좀 차려야 한다. 당대가 우리 것이기만 할 것인가. 내 자녀는, 이 나라를 만들어 온 내 부모는 어째서 그리도 안중에도 없는 것인가. 어찌 그리도 근본 없는 것들만 판치는 세상이 돼 버렸는가. 정신머리 엿 바꿔 먹은 세상에서 무엇을 어떻게 어느 범위까지 기대해야 한다는 말인가. 위에 열거한 10종의 책을 진지하게 읽고, 공부하라. 세상 판떼기가 전혀 다른 차원으로 읽힐 것이다.
착각들 작작 좀 하고 살자.
/작가 심지훈 2016.6.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