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산이 만난 사람

[인터뷰打] 영화배우 박진영

스토리텔링Pro. 심지훈 2012. 7. 12. 22:29

 

 

 

# 영화배우 박진영 쓰리큐션 인터뷰

 

 

"가수 18년 떨어본 적 없었는데 연기할 땐 떨리더라"

 

 손익분기점 130만 넘었으면… 차기작 캐스팅 기대

 

 

내 인생 성공비결은 70%가 운… 30% 내 역할할 뿐

"버나드 쇼 말 곱씹어보며 성실히 살겠다 다짐했죠"

 

 

 

오늘 삼청동에서 JYP 대표, 아니 영.화.배.우 박진영을 만났다. 만났다기 보다, 인터뷰를 관전했다는 말이 보다 적확하겠다. 그는 블랙진에 블랙티셔츠를 입었고, 가슴 한 가운데까지 내려오는 해골 펜던트를 메고 있었다. 머리카락은 황금빛깔로 물들였고, 누런 얼굴과 제법 잘 어울렸다. 첫 주인공으로 열연한 <5백만불 사나이> 홍보 인터뷰 자리였다. 

 

그와 나는 마주앉았다. 선배가 묻고, 박진영이 말했다. 통상 1:1 인터뷰라고 볼 수 있지만, 내 입장에선 쓰리큐션 인터뷰였다. 때론 둘 만의 대화가 타자에게는 좋은 감상평을 낳을 수 있기에 하는 말이다. 나는 1시간가량 그들의 대화를 그저 듣기만 했다. 들으면서 노트북에 그들의 이야기를 옮겼다. 선배의 부탁으로. 

 

 

인터뷰는 선배가 매조질 일이지만, 나는 박진영에게서 몇 가지 흥미로운 점을 발견했다. 

 

 

그는 철저히 딴따라였다. 그는 자칭 '딴따라'고 '광대'라고 했다. 광대는 가벼워야 한다고 했다. 사람들이 자기를 우습게 보아주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무겁게, 어렵게 보는 것이 싫다고 했다. 지난 18년 가수로 살아온 삶이 '우스운 놈'의 삶이라고도 했다. JYP 대표라는 직함과 지상파 가수 오디션 심사위원의 이미지 때문에 '어려운 사람'으로 비치는 게 자기는 싫다고 했다. 한 마디로 '가볍고 우스워야 하는 게 딴따라의 삶'이라는 것. 그래서 JYP 직원들은 박진영을 부를 때 모두가 '박진영 씨'라고 부른단다. 

 

그는 여러 방송을 통해 자기관리에 철저한 사람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정작 자신은 인생에서 성공하려면 운이 70%를 따라 주어야 한다고 했다. 그는 5년 전부터 자기가 왜 그렇게 운이 좋은 남자인지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고, 그 답을 찾으려고 그쪽으로 공부(?)를 했다고 했다. 그리고 자기에게 행운을 가져다주는 분(?)을 찾아 고마움을 표시한다고 했다.(이 대목이 무슨 말인지 정확히 이해가 안 갔다.) 나머지 30%만이 자신이 해야 할 역할을 충실히 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 같은 생각은 영국의 유명한 극작가 버나드 쇼에게서 영향을 많이 받은 듯 보였다. "버나드 쇼가 젊음은 젊은이들에게 주기에 아깝다고 했는데, 이 말을 가만히 생각해 보니, 40대에 20대의 체력을 유지하면, 40대의 머리로 뭔들 못할까 싶어 성실하게, 부지런히 살게 됐다"고 박진영은 털어놓았다. 

 

그는 딴따라 치고는 예술을 바라보는 철학이 확고했다. 예술에는 두 가지 밖에 없다고 못 박았다. 그는 "좋은 예술작품은 둘 중 하나다. 뻔한 얘기를 새롭게 표현했거나 아예 새로운 것을 표현하는 것"이라며 "태양을 피하는 방법이 뻔한 얘기를 새롭게 표현한 것이라면 "엘리베이터, 난 여자가 있는데, 성인식 같은 건 새로운 것을 이야기한 것"이라고 했다.

 

그의 이야기 중 인상 깊었던 것은 가십질문에서 나왔다. 선배는 "딸이 가수 지망생인데 조언을 해 달라"고 했고, 박진영은 "가수는 유브 갓 오얼 낫-You've got (talent)or not.- 둘 뿐"이라며 "연예계는 소질이 없는데 오래 있으면 상처만 가질 뿐"이라고 했다. 특히 여성의 경우는 더 심하다고 했다. 그러니 "가수가 되고 싶은데 소질이 없으면 변호사가 돼 가수 옆에서 변호사를 하든 다른 길을 찾는 게 낫다"고 했다. 

 

그는 <500만불 사나이>의 손익분기점이 130만 명이라며, 이것만 넘으면 소원이 없겠다고 했다. 그는 내 눈에는 순수해 보였다. 그의 말과 말의 행간에서 진심이 느껴져 좋았다. 인터뷰가 끝나자, 그는 나에게도 악수를 청했다. "수고하셨어요." 검디검은 그의 손가락은 '딴따라답게' 길다랬고, 손바닥에선 약간 땀이 묻어났다.

 

"가수 인생에서 떨어본 적이 없는데, 연기할 때는 무진장 떨리더라"고 한 말이 떠올랐다. 그는 풋내기 연기자지만, 벌써부터 차기작에 욕심을 내고 있다. 차기작 제의가 들어오면 너무 좋겠다고 해맑게 웃었다. "그래서 기자님과 다시 봤으면 좋겠어요. 그때 다시 보면 얼마나 반갑겠어요. 그간의 히스토리를 알고 만나니까, 대화도 더 잘 될 거고요."

 

그는 오늘 언론사 40곳을 상대로 한 8일 릴레이 인터뷰에 종지부를 찍었다. 하나 당장 <연가시>가 그 앞에 있고, 다음주에는 <도둑들> <다크 나이트 라이즈> 같은 쟁쟁한 작품과 경쟁해야 한다. 그는 <아부의 왕>(45만)과 <미스고>(65만)를 보니 불안불안 하다고 했다. 가수에, 프로듀서에, 엔터테인먼트 대표에, 한식점 사장에 이번에는 영화배우다. 운칠기삼運七氣三이 이번에도 통할지 지켜볼 일이다.

 

2012년 7월 12일 삼청동에서

스토리텔링전문작가 여산如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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