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打] 자유한국당 지방자치위원장 곽대훈 의원
[심지훈 직격인터뷰]
■자유한국당 지방자치위원장 곽대훈 의원(대구 달서구갑)
“지방분권형개헌은 문재인 정부의 ‘혹’
최대 걸림돌 모두 중앙에 있어 難望”
개헌은 여러 이해관계가 맞물려 있어 쉽지 않습니다. 지방분권형개헌은 문재인 정부의 ‘혹’이고, 혹으로 남아 있을 겁니다. 현실과 이상의 차이를 가볍게 본 처신입니다. 당장에 지방분권의 가장 큰 걸림돌이 국회의원이고, 중앙언론이고, 중앙공무원입니다. 밥그릇을 빼앗길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죠.
글·사진= 심지훈 한국콘텐츠연구원 총괄에디터
지방분권형개헌은 대구·경북에서도 이슈다. 특히 20여 년째 지역내총생산(GRDP) 만년 꼴찌인 대구의 관심은 비상하다. 내년 6·13 전국동시지방선거를 10개월 앞 둔 시점에서 대통령과 국무총리, 소관부처 장관이 앞 다투어 ‘지방분권’과 ‘균형발전’을 강조하고 있다. 역대 어느 정권도 박자를 맞춰가며 이렇게 강공모드인 적은 없었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지난달 18일 지방재정부담심의위원회를 주재하면서 “분권화가 만사를 해결하는 만병통치약이 아닌 만큼 오히려 불균형을 심화시킬 수 있다”며 지방분권, 균형발전 동시 추진을 강조했다. 앞서 지난달 11일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대통령직속 지역발전위원장에 송재호 제주대 교수를 임명했다. 청와대 대변인은 “(송 교수를) 균형발전의 적임자”라고 했다.
마치 이미 뭔가 이뤄진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다. 이런 분위기 속에 지방분권형개헌이 실현되면 가장 득 볼 곳이 대구란 게 중론이다. 지방분권은 곧 중앙권력을 나누고 분산시킨다는 의미로 ‘꼴찌의 역설’이 시작될 수도 있다는 의미다.
지방분권형개헌, 과연 실현가능한 것일까. 곽대훈 의원이 떠올랐다. 곽 의원이라면 직설(直說)을 해 줄 것 같았다. 그는 대구 달서구청장에 내리 3번 당선된 기초단체장 출신으로 지방현실을 누구보다 잘 안다. 그는 진작부터 “지방분권하려면 한국도로공사부터 없애야 한다”고 공사석에서 주장해 왔다. 그야말로 ‘진짜 분권주의자’다. 이 때문인지 지난해 7월 출범한 홍준표호(號)의 첫 주요 당직자 인선에서 곽 의원은 당 지방자치위원장에 임명됐다. 최근엔 ‘홍준표 직할 부대’로 불리는 특보단에 대구지역특보로도 임명됐다. 그를 지난달 18일 여의도 국회회관에서 만났다.
●“국회만 제대로 운영돼도 3만불 선진국 벌써 갔을 것”
심지훈: 국회의원이 되신 지 벌써 1년이 넘었네요. 소회가 궁금합니다.
곽대훈: 박근혜 정부 때였지만 여소야대로 제2당으로 출발했습니다. 여건이 좋지 않았지요. 그런데다 대통령 탄핵까지 지난 1년은 정신이 없었습니다.
심지훈: 제가 여쭙는 건 국정운영에 관한 소회입니다. ‘7막 7장’ 썼던 하버드 출신의 홍정욱 전 의원은 국회의원 한 번하고 불출마선언을 했잖아요. 대한민국 국회에는 성숙한 토론문화가 없고, 상식이 통하지 않아 자신은 국가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게 불출마 이유였던 걸로 기억합니다. 의원들끼리 대화가 되던가요.
곽대훈: 아니, 안 되죠. 국회에 와서 제가 몇 번이나 그런 말을 했어요. 국회만 제대로 운영되면 벌써 선진국으로 갔을 거라고요. 3만불 시대를 벌써 열었을 거라고요.
우리나라는 2012년 세계 7번째로 ‘20-50클럽(개인소득 2만달러·인구 5천만 명 이상인 나라 조합)’을 달성했다. 당시 “곧 3만달러 시대에 진입, 공히 선진국 시대가 열릴 것”이란 장밋빛 전망이 도처에서 나왔다. 하지만 우리나라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2014년 2만8,101달러, 2015년 2만7,600달러, 2016년 2만7,340달러로 3년 연속 뒷걸음질 중이다. 곽 의원 말은 대한민국이 선진국 문턱을 넘지 못하는 건 국회의원 책임도 막중하다는 것이다.
●“지금 같은 지방자치 하나 마나…이밥의 낱알 같다”
심지훈: 요즘 지역에선 지방분권이 큰 관심사입니다. 대통령 국무총리 행자부장관 할 것 없이 지방분권을 이야기합니다. 핵심이 뭔가요.
곽대훈: 중앙의 권력과 권한을 지방으로 이양하고 분산하는 거죠.
심지훈: 현실적으로 가능한 얘기입니까.
곽대훈: 그러려면 지방자치권을 기본권으로 인정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하는데, 이건 법률(지방자치법)을 개정한다고 되는 문제가 아닙니다. 헌법을 수정해야 하는 일입니다. 개헌을 통해서만 가능한 일이죠. 개헌은 여러 이해관계가 맞물려 있어 쉽지 않습니다. 지방분권형개헌은 문재인 정부의 ‘혹’이고, 혹으로 남아 있을 겁니다. 현실과 이상의 차이를 가볍게 본 처신입니다. 당장에 지방분권의 가장 큰 걸림돌이 국회의원이고, 중앙언론이고, 중앙공무원입니다. 밥그릇을 빼앗길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죠.
심지훈: 의원님도 걸림돌 중 한 부류에 속합니다.
곽대훈: 저는 1979년 경상북도에서 처음 공직생활을 시작한 이래 근 40년을 대구에서만 살았습니다. 지방 현실을 누구보다 잘 알죠. 그러니 제 권한, 권력이 좀 약해져도 지방분권을 통한 온전한 지방자치를 해야 대한민국이 바로 설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겁니다.
심지훈: 그래도 대한민국 지방자치 역사가 22년이나 됩니다.
곽대훈: 지금 같은 지방자치는 하나 마나 합니다. 현재 국세와 지방세 비율이 8대 2입니다. 중앙사무와 지방사무는 7대 3입니다. 물론 지난 20년간 중앙의 권한을 지방에 조금씩 이양을 해줬죠. 근데 지자체 입장에서 보면 그건 시늉만 한 것입니다. 이할자치, 삼할자치라고 하지 않습니까. 모두 ‘이알자치’입니다.
심지훈: 만약 온전한 지방자치가 이뤄진다면, 형식적으로는 어때야 합니까.
곽대훈: 보충성의 원리에 따라 외교·통일·국방 같은 일관성과 통일성이 요구되는 예산은 중앙이 맡고, 나머지는 지자체 자율 예산이 돼야합니다. 그래야 단체장이 지역 특성을 고려한 사업들을 재량껏 펼 수 있죠.
지방자치법은 1949년 법률 제32호로 제정됐다. 자치권에 방점을 두기보다 지방자치단체의 종류, 조직 및 운영에 관한 사항을 정리한 수준이었다. 법률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기본적 관계를 정한 것’이라고 설명돼 있지만, 이때 기본적 관계란 전통적인 중앙집권국가 중심의 관계를 뜻하는 것이다.
그나마도 지방자치법에 따른 실제 실현은 대한민국 굴곡진 현대사 탓에 30여년의 공백기를 거쳐 1991년 3월 시·군·자치구의회(기초의회) 의원선거를 통해 시작됐다. 그럼에도 1995년을 지방자치 원년이라고 보는 시각이 일반적인데, 이 해에 지방자치의 상징인 광역·기초단체장 선거를 처음으로 실시했기 때문이다.
이알자치란 ‘이밥(메벼를 찧은 쌀로 만든 밥)의 낱알처럼 영향력이 미미한 자치’를 뜻한다. 우리 속담에 ‘이알이 곤두선다’는 말이 있는데, 가난했던 사람이 조금 잘살게 됐다고 큰소리를 치거나 거만하게 구는 행태를 비꼴 때 쓴다. 한마디로 꼴같잖다는 말이다.
심지훈: 정리하면 지방자치를 하려면 지방분권이 선결돼야 한다는 것인데, 헌법 수정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건 알겠습니다. 그 어려운 이유 중에 지방의 토호세력, 나태한 지방공무원, 무능한 지방의회 때문에 돈이 더 셀 것이란 우려도 있습니다.
곽대훈: 그게 바로 중앙의 논리 아닙니까. 그런데 그건 지방민들을 무시하는 일방적 발언입니다. 주민자치 의식이 얼마나 높아졌는데요. 일단 권한과 권력을 줘 본 뒤, 문제가 생기면 시정하고 조치하고 제재를 해야죠. 당연히 통제 장치도 마련돼야 하고요. 지방 특성을 고려한 지자체 주도의 발전이 자유로워질 때, 대한민국은 고루 행복한 나라가 됩니다. 지금은 우리가 그렇게 중시하는 문화·예술·체육 행사는 일체 중앙에서 할당하는 예산을 받아와야 할 수 있습니다. 그것도 중앙 눈치를 봐가며 해야 합니다.
●대구지역특보 임명되자 홍준표 라인?…“줄서기 질색”
심지훈: 최근 홍준표 대표의 특보단에 임명됐습니다. 대구지역특보를 맡으셨는데, 어떤 의미입니까.
곽대훈: 특보단은 지방 현안을 챙기고, 그것을 당 정책에 반영하기 위해 만든 것입니다. 솔직히 제가 거기에 포함될지는 몰랐습니다. 홍 대표를 잘 알긴 하지만, 서로 그렇게 친분이 있는 것은 아니어서. 그런데 홍 대표가 특보 임명 전에 “다양한 채널을 두고 민심을 챙길 요량이니 당을 위해 맡아 달라”는 말에 두 말 않고 수긍했습니다.
심지훈: ‘곽대훈은 홍준표 라인이다, 홍준표 사람이다’는 말이 있습니다.
곽대훈: 허허. 저는 대한민국 정치가 시스템 정치가 아닌 사람 정치로 굴러가기 때문에 후진성을 면치 못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박근혜 정부 때도 ‘곽대훈은 박근혜 사람이다, 이명박 사람이다’ 그런 말들이 많았습니다만, 저는 그런 구분짓기를 가장 싫어합니다.
●“내년 대구시장 선거가 가장 핫할 것, 반드시 守城”
심지훈: 내년 6·13 지방선거 대구시장 물망에 의원님도 오르내리고 있습니다.
곽대훈: 그건 제가 하고 싶다고 되는 게 아닙니다. 개인적으로 권영진 시장이 시정을 나름 잘 이끌었다고 생각합니다. 내년 대구시장 선거는 단순히 대구만 봐선 안 됩니다. 16개 광역단체 중 한국당은 5곳만 차지하고 있을 뿐입니다. 대구 경북 인천 부산 울산인데, 모두 분위기가 심상치 않습니다. 그 중에서도 대구시장 선거는 가장 뜨거울 겁니다. 우리 당으로선 정통 텃밭에 대한 자존심이 걸려 있고, 민주당에선 실세 장관이 출마할 겁니다. 우리 당은 반드시 대구를 지켜야 합니다.
곽 의원에게 이날 지역구 문제도 물었다. 하나 현안이 현안인 만큼 지역구 문제를 주요하게 다룰 수는 없었다. 곽 의원은 성서산업단지 재생사업과 구조고도화사업을 설명할 때,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책장에 꽂혀 있던 서류 뭉치를 가져와 학구적으로 설명했다. 성서산업단지는 4차에 걸쳐 조성됐다. 1988년과 93년에 조성된 1·2차 단지는 노후로 제구실을 못했다. 여기에 지난해부터 2025년까지 국비 시비 민자 등 총 3,000억이 투입될 예정이라 한다.
곽 의원 사무실 한쪽 벽면엔 2012년 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서 발사한 아리랑 3호(KOMPSAT 3)로 찍은 서브미터(0.7m)급 고해상도 지역구 위성사진이 걸려 있다. 그는 “이게 제 지역구 사진 아닙니까”라며 보물인 양 애지중지했다. 성서산업단지가 파랗게 표시돼 있는 위성사진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보니, 곽 의원 얼굴이 아웃포커스 됐다. 국회의원에게 주인공은 응당 지역구란 듯.
■곽대훈 의원= 1955년 대구 달성에서 태어났다. 구지초-대구초, 대구중, 경북고를 거쳐 고려대(행정학과)에 입학했다. 제22회 행정고시에 합격했다. 서울올림픽 조직위원회 운영2과장, 대구시 행정관리국장으로 근무했다. 11~13대 달서구청장을 지냈다. 달서구갑 선거구에 출마, 69.9%의 국민 지지를 얻어 20대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현재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소속돼 있다.
※ 이 기사는 대구한국일보가 발행하는 월간 문화잡지 <엠플러스한국> 9월호에 게재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