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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훈 문화칼럼] 매미

스토리텔링Pro. 심지훈 2013. 7. 18. 16:33


‪#‎나‬ 매미
나 매미, 이날을 위해 7년을 기다렸다. 그 인고의 세월, 어기차게 세상을 향해 나아갈 수 있다는 기쁨을 이유로, 나아가다 뒤집어지고, 떨어질 수 있다는 그 아픔을 이유로, 나는, 기다리고, 참아 오늘을 맞이했다. 방해마라. 내 앞길을 돌연. 건들지 마라. 나의 몸뚱아리를 함부로. 안타깝다 여기자 마라. 나의 몸동작을 감히. 나에게는 나아가다 자빠지고 떨어지고 바둥대다 다시 몸을 뒤집어 나아가고 자빠지고 떨어지고 다시 몸이 뒤집혀 바둥대는 모든 것이 행.복.이다. 그 시간을 만끽하고 나면 나는, 너희가 원하지 않아도 어느 결 좋은 나무 기둥에 기대어 앉아 스스로 나를 벗길 것이다. 내 한꺼풀을 벗겨낼 것이다. 그리고 나의 여린 몸뚱아리를 비로소 세상에 보여줄 것이다. 서서히 아주 서서히 머리를 보이고, 돌돌 말려진 날개를 보일 것이다. 그리고 내 몸은 슬로우 비디오처럼 뒤로 뒤집어질 것이다. 그 결에 양 날개를 팽팽하게 펼 것이다. 그 힘으로 나는 다시 내 몸을 일으켜 내 껍데기에 올케 설 것이다. 그렇게 나는, 호흡을 가다듬을 것이다. 나의 호흡은 자연과의 주고 받음. 나는 하룻밤 자연과 만물과 호흡하고 인사하며 날 준비를 할 것이다. 옅은 초록빛을 띠던 내 몸뚱아리는 자연의 온기에 힘입어 본연의 회색빛을 띨 것이다. 새벽 이슬 내릴 무렵, 나는 마치 전쟁에 출전하는 전열처럼 깊은 호흡으로 내 몸 상태를 점검할 것이다. 그리고 이슬이 마르기 전에 힘차게 날개짓 할 것이다. 저 멀리 내가 생애 최초의 울음을 울부짖어도 좋을 만한 나무를 향해 날아갈 것이다. 이제 나는 자빠지지도, 뒤집어지지도, 떨어지지도, 바둥대지도 않을 것이다. 딱 일주일 나는 온 세상을 내 품에 품고 힘껏, 있는 힘껏 울부짖다 한생을 마감할 것이다. 그것이 내가 이 세상을 살아가는 의무요, 책무이다. 세인들아! 아프다고, 힘들다고, 넘어졌다고, 뒤쳐졌다고 찡찡대지 마라. 나는 무려 7년을 땅 속에서 지내다 자빠지고 떨어지고 뒤집어지고 바둥대는 일을 기쁨으로 알고 반나절을 지낸 뒤, 한꺼풀 옷을 벗는데 하룻밤을 지낸다. 언제 죽을지도 모르고 실컷 울어볼라 치면 엿새째 되던 날, 나는 온 몸에 힘이 빠지고 날개짓을 더이상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른다. 그리고 나는 나무에서 추락하고 낙하한다. 그렇게 다시 땅 속으로 들어간다. 하나 나는 당당하다. 내 생애 전부를 복福된 것으로 여기고 산 고로. 세인들아! 살아 있음이 곧 행복임을 너희는 알지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