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비 내리고 기온이 떨어지면 이따금 나는 한 시인을 떠올린다. 샛노란 단풍과 울긋불긋 낙엽이 을씨년스레 길바닥서 이리저리 나뒹구는, 6년전 그런 날 나는 붉은색 표지의 시집을 품에 안고 신문사로 들어왔다. 오랜만에 만난 대학 은사께 졸라 대구 교보에서 선물(?)받았다.
그런데 이 사람 하늘나라에 있다. 2005년 12월 4일, 교통사고로 숨졌다. 출장에서 돌아오는 길에서다. 시인은 죽음을 예감했다.
'눈이 많이 온다는데 새벽에 출장… 무언지 모를 불길한 기분… 옥상에 쌓이는 눈은 나 아니면 아무도 밟아줄 사람이 없는데.… 다녀와서 발자국 몇 개 꼭 남기리라.'
죽기 전날 밤 쓴 글이다. 자신의 홈페이지에 남겼다. 사고를 당하고 이튿날 화장됐다. 5개월 뒤 유고시집 '분홍색 흐느낌'(문학동네)이 나왔다.
그는 훗날 펴낼 시집의 자서(自序)도 미리 써놓았다. '추억이 되지 못한 기억들을 너무 오래 데리고 살았다.(…) 이 시집을 언제나 곁에 계신 할머니에게 바친다.'
시인을 키운 건 할머니다. 시인의 유년시절은 불우했다. 그런 까닭에 시인의 시엔 '상처'란 단어가 유독 많이 등장한다. 등단작 '나무도마'에선 9번이나 등장한다.
'
문학터치(중앙일보 문학담당 기자의 필명)'는 시인의 상처를 이렇게 풀이했다.
상처가 많은 건, 기억의 대부분을 추억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나, 시인에게도 추억은 있었다. 할머니다. 긴 세월 풍을 앓았던 당신은 2002년 먼저 가셨다.
'아프지 않다고, 다 나았다고,/힘을 쓰다 그만 할머니는 또/똥을 싼다 지금 내 가슴 가득/흘러넘치더니 구석구석/번지더니 몸 바깥으로 터져나오는/추억,'('추억'부분)
문학터치(중앙일보 문학담당 기자의 필명)'는 시인의 상처를 이렇게 풀이했다.
상처가 많은 건, 기억의 대부분을 추억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나, 시인에게도 추억은 있었다. 할머니다. 긴 세월 풍을 앓았던 당신은 2002년 먼저 가셨다.
'아프지 않다고, 다 나았다고,/힘을 쓰다 그만 할머니는 또/똥을 싼다 지금 내 가슴 가득/흘러넘치더니 구석구석/번지더니 몸 바깥으로 터져나오는/추억,'('추억'부분)
갓 '기자'란 호칭을 달았을 무렵, 일면식 없던 시인의 죽음은 아리기까지 했다. 시인의 상처를 보듬어 줘야겠다. 늦었지만 그래야 할까 보다. 시인은 기자와 동갑이다. 살아있다면...
이 글의 서문을 빼면 '분홍색 흐느낌'은 6년전에 쓰여졌다. 이후 시인의 시가 너무 강렬하기 때문이기도 했겠지만, 사회정의란 새 칼을 품고 사회 첫 발을 내디딘 무명의 기자였던 내게 동갑내기 시인의 죽음은 일종의 트라우마가 됐다. 잊히지도 않고 잊힐 수 없는, 의도하지 않아도 때가 되면 떠올려지는 그런 시인 말이다.
아침부터 빗방울이 지면을 적시고, 가을은 그렇게 겨울을 향해 한발짝 다가서고 있다. 나는 또 한번 시인을 떠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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