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안내]
대한민국의 5차 산업혁명
이학렬 전 고성군수 "생명산업 기반 5차 산업혁명 절실”
대세 ‘4차 산업혁명’ 본격 반론…“생명환경농업공사 신설” 주장
/한국콘텐츠연구원
‘대한민국에는 헌법 위에 정서법이 있다.’ 이 말은 이 나라의 슬픈 단면을 보여준다. 어떤 사안이 강조될수록 반대 의견을 내기 어려운 풍토가 대한민국엔 있는 것이다. 만약 대세에 반하는 의견을 내면 SNS 상에서 흠씬 두들겨맞기 십상이고, 심하면 밥줄까지 빼앗겨 ‘소신 발언’은 ‘괜한 용기’로 전락하고 만다.
19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이 나라 언론들은 ‘4차 산업혁명’ 기사를 봇물처럼 쏟아냈다. ‘4차 산업혁명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당위성’으로 도배를 했다. 그런 당위성은 톱 제목으로 크게 울려 퍼지고, “4차 산업혁명이 불평등을 키울지 모른다”는 우려는 작게 처리됐다. 그마저도 전제는 ‘4차 산업혁명으로 고고(go go)!’다. 한국 언론을 보면 이미 4차 산업혁명은 마땅히 들어야 성배(聖杯)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아무런 대책도 없이 4차 산업혁명을 외쳐서는 곤란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일목요연하게 생각을 정리하고, 대안까지 들고 나온 이가 있다. 주인공은 ‘공룡군수’ ‘생명환경농업의 전도사’란 별명을 가진 이학렬 전 경남 고성군수(65)다.
그는 “IT야, 좀 천천히 가자. LT(Life Technology·생명산업)야, 어서 우리에게 와 다오”라고 절박하게 이야기한다. 주요 청자는 대한민국 정부와 위정자 그리고 국민을 상정한다. 그가 이 책을 집필한 동기는 분명하다. ‘4차 산업혁명이 일자리를 없애고 사회 양극화를 심화시킬 것’이기 때문이다. 대세에 반하는 주장이다. 해서 이 책은 좀 멋져 보인다.
그는 “4차 산업혁명이 일어나면 효율성과 생산성은 향상될 수 있지만 사회적 불평등 문제가 커지고 노동시장이 붕괴될 수 있다”며 “4차 산업혁명을 뛰어넘는 또 다른 산업혁명을 동시에 일으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 다른 산업 혁명’ 그건 ‘5차 산업혁명’이다.
5차 산업혁명이란 미생물, 동물, 식물, 곤충, 종자, 유전자, 기능성 식품, 환경, 물 등 생명과 관련이 있는 LT를 우리 사회의 주력 산업으로 만드는 것을 말한다.
그는 이 책에서 5차 산업혁명으로 사람들의 일자리를 만들고 사람이 있어야 할 자리를 되찾고, 무엇보다 사라져 가고 있는 인간성을 회복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그는 고성군수 재직 당시 성공시킨 생명환경농업을 예로 든다. 생명환경농업은 농민들이 직접 만든 천연농약을 사용해 농작물을 키우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기존 화학비료나 합성농약에서 벗어나 새로운 기술을 접목한 것이다. 이를 정부가 나서서 대대적으로 육성할 것을 주문한다. 일개 지자체가 추진해선 동력이 약하고, 또 그래야 5차 산업혁명으로 나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구체적인 안도 마련했다. 그는 ‘기업윤리청’ 신설을 통해 기업이 이익 창출에만 매몰될 것이 아니라 윤리 창출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제안한다. 또 농업을 ‘신(新)산업’으로 만들기 위해 ‘생명환경농업공사’ 설립도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그는 “생명환경농업과 같은 LT산업은 두뇌와 손을 동시에 필요로 하는 산업이기 때문에 많은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며 부의 고른 분배도 이뤄질 수 있다”고 강조한다. 책상머리에 앉아서 머릿속으로 상상한 일을 제안한 게 아니라 직접 해 본 일을 구체적으로 이야기했다는 점에서 눈여겨 볼만하다.
이 전 군수는 서울대, 미국 텍사스주립대에서 공학을 전공했다. 해군사관학교 교수로도 재직했으며, 2002~2014년 고성군수를 지냈다. 재직 당시 ‘고성공룡세계엑스포’를 성공적으로 개최했다. 또 농축산업에 생명환경농업을 접목시켜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퇴임 후 그는 ‘또 다른 시작’을 위해 ‘열공’ 중이다.
*이 글은 대구한국일보가 발행하는 월간문화잡지 <엠플러스한국> 6월호에 실린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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