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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실에서 본 한양

[심지훈 문화칼럼] 유디미행더


#유디미행더
아내에게 '유디미행더'라 전해달라 하셨다. 라오스 말로 '축복을 빈다'는 뜻이라 했다. 대구참여연대를 창설할 적에 주된 역할을 했던 한재흥 목사께서 라오스로 날아간 것은 벌써 5년은 된 듯하다. 


기껏 페이스북으로 이따금 올리는 '손주바보 할아버지' 소식만 접하거나 1년에 한두 번 페이스북 메시지로 주고받는 이야기가 전부다. 


오늘 아침 새벽녘에 일어났는데도, 어느 결에 아침햇살이 거실로 잦아 들어 <감사패>를 비추었다. 해서 문득 한 목사가 떠올랐다. 그 순수한 얼굴. 


한 목사를 소개해준 건 대구의 또 다른 '야인' 박경욱(한국패션산업연구원 붙박이 노조지부장) 형이다. 형은 2009년 여름께 어느 주말 팔공산 아래 어느 찻집에서 한 목사를 소개시켜 주었다. 


안건이 있었다. <사랑의연탄나눔운동>에 힘을 보태 달라는 거였다. 나는 영남일보와 사랑의연탄눔운동 대구경북지부와 업무협약을 맺고, 그해 겨울 어려운 이웃에 연탄나눔운동을 한 목사와 신나게 펼쳤다. 


지원을 끊기로 했던 대구은행이 거금을 쾌척한 것을 시작으로, 크고 작은 연탄나눔성금이 신문사로 답지했다. 


나는 1,000원이든 1천만원이든 그 액수보다 그 마음을 감사하게 여겼고, 어느 단체든 금액과 상관없이 현장취재를 했다. 2009년 겨울은 새벽취재 1건이 예삿일이었다.


나는 이 캠페인을 주도하면서 대구의 속살을, 대구의 다른 얼굴을 봤다. 널찍한 범어네거리 뒤편은 아직도 1960년대 모습을 한 노점이 있다는 것과 그 속에서 전혀 다른 차원의 생을 일구어가고 있는 이웃들의 일상을 목도하면서 뒤목이 뻐근했던 기억이 여적 생생하다.


나는 실로 연탄나눔운동캠페인을 통해 기자의 안목을 한 번 더 키울 수 있었다. 그때 한 목사는 신입기자인 내게 막걸리를 시시때때로 사주었다.


이제 그 연탄캠페인은 그의 안주인이 도맡아한다. 한 목사는 라오스로 날아가 더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몇 해 전, 한 목사께서 국내에 잠시 들어왔을 때 경욱이 형과 한 목사와 함께 들어온 라오스 교민과 넷이서 옛일을 추억하며 막걸리를 마신 적이 있다. 그 일이 또 수 년이 흘렀다.


<감사패>에 눈이 간 오늘 아침은 한 목사와 평소보다는 깊은 이야기를 나눴다. 한 목사께서 대구한국일보는 심 기자가 있어 잘 될 거라고 격려해주셨다. 내 기질을 누구보다 잘 느낀다고 했다. 


내 친구 배정석 목사에게도 안부를 아끼지 않으셨고, 정치평론가 황태순 선배는 만나보았는지도 물으셨다. 마지막에는 아내에게 안부를 전해달라시면서 '유디미행더'라고 했다. 참 따뜻한 목사다운 말씀이다. 나는 '굿 익스프레션'이라고 했다. 


타국에서 늘 건강하시기를 빈다.
/심지훈2016.6.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