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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산이 만난 사람

[인터뷰打] 스토리텔링Pro. 심지훈


이번 인터뷰는 필자의 인터뷰다. 필자가 묻고 답한 게 아니라 지역일간지 기자가 묻고, 필자가 답한 것을 필자가 기록으로 남긴 것이다. 주제는 스토리텔링. 스토리텔링이 무엇이고, 스토리텔링은 어떠해야 하는 것인가 하는 질문에 다소나마 현답이 되길 바란다.<편집자 註>


#스토리텔링에 관하여

묘한 기분. 인터뷰어는 익숙해도 인터뷰이는 낯설다. 오늘 오전 대구지역 일간지 기자에게 전화가 왔다. 내가 모르는 분이었다. 스토리텔링에 관해 물어보고 싶은 게 있다고 했다. 그것이 인터뷰인지는 모르겠다. 인터뷰라면 인터뷰라고 말했을 것이고, 그만의 인터뷰 방식이라면 좀 낯설었다. 첫 질문이 이랬다.
"스토리텔링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 있어요. 스토리텔링 공식자격증이 있나요?"
아차, 그 전에 기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 대목에서 확실히 인터뷰는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점점 인터뷰가 되어가는 듯했다.
"심지훈 씨지요. 안녕하세요. 00신문 000 기자입니다. 스토리텔러로 활동하신다고요."
스토리텔링과 스토리텔러는 현실세계에서 같거나 비슷한 것으로 유영한다. 실제 내가 대학 연구기관에서 수주를 받아 내놓은 스토리텔링 결과물에도 '스토리텔러 심지훈'이라고 소개돼 있다. 두 번째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나는 연구원 측에 '스토리텔러'가 아니라 '스토리텔링Pro.' 혹은 '스토리텔링 작가'로 바로잡아 달라고 요청해야 했다.
기자는 대학의 연구기관처럼 '스토리텔링 하는 사람을 스토리텔러'라고 이해했거나, 큰 항목 스토리텔링 과정에서 소항목 스토리텔러 과정을 마스터한 사람쯤으로 나를 이해했을 가능성이 높다.
나는 또 한 번 바로잡아주어야 했다.
"아니오. 스토리텔러가 아니라 스토리텔링Pro.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스토리텔링 프로요? 그게 뭐죠?"
"스토리텔링으로 제대로 돈을 벌어보겠다는 의미죠."
"아..."
그리고 던진 질문이,
"스토리텔링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 있어요. 스토리텔링 공식자격증이 있나요?"
였다.
"없어요. 스토리텔링이 우리나라로 수용될 때, 국문학계에서 받아들였고 이야기를 강조하다보니까 문인들이 주도하게 되었죠. 그래서 대구의 경우 00대학 총장을 역임한 시인이 
00문화콘텐츠개발연구원을 차려 문인들을 주 강사로 내세워 스토리텔러 양성과정을 운영하고 있죠. 전국적으로 보면 유독 대구경북지역에서 스토리텔링이 융성했어요. 영천에도 대학교수 출신의 000란 분이 000스토리텔링연구원을 운영 중이고, 수성구에는 사설 기관인지 아무튼 스토리텔링 학원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스토리텔링을 하려면 어떻게 접근해야 하나요?"
"제가 몸담았던 신문사 스토리텔링연구원에서 스토리텔링을 처음 시작할 때 발간된 책들을 먼저 사서 보았는데, 대부분 이야기 짓는 책이었어요. 기승전결, 복선, 영웅과 악당 뭐 이런 게 주요 키워드인데, 이건 우리가 중학교 때 배웠던 소설은 기승전결이 있어야 한다는 것과 다를 게 없지요." 
"그럼 000 총장이 운영한다는 스토리텔링 과정을 들으면 도움이 될까요?"
"도움이야 안 되겠습니까. 훌륭한 문인들이 다수 포함돼 있고, 그 분들이 하는 이야기니까 도움이야 되겠지요."
"현실적으로 써 먹을 수 있을까요?"
"글쎄요. 모르긴 해도 스토리텔링 프로그램은 크게 두 가지로 진행될 겁니다. 흔히 관광해설사들이 하는 스토리텔러로서의 역할과 이야기를 짓는 방법으로요. 스토리텔러는 하나의 장소(사건, 인물 등을)를 얼마만큼 재미있게 전달하느냐는 노하우를 가르치는 것이 될 것인데, 이건 기본적으로 문화에 관심이 많은 퇴직 교사, 공무원 분들이 알아서 찾아오니까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봐요. 하지만 이야기를 짓는 작업은 좀 다른 차원의 문제입니다. 기자 님도 글을 써 보셔서 아시겠지만, 글쓰기 실력이 하루 아침에 향상되고 그러지는 않잖습니까. 그렇다고 스토리텔링이 이야기집을 내는 것은 아닙니다. 그렇게 되면 형용모순이 생깁니다. 문인들이 쓴 소설, 수필, 르포가 스토리텔링이다, 이건 좀 웃기지 않습니까. 스토리텔링은 장치가 필요한 이야기입니다. 어떤 장치냐. 입소문을 위한 장치, 사람을 끌만한 장치여야 합니다. 예를 들면, 하나의 이야기를 구성할 때 이 이야기를 축제로 만들어보겠다면 그 이야기 속에는 축제로 구현할 장치가 포함돼 있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철저한 기획 아래, 이야기 구성 단계부터 축제까지 구현할 수 있는 관계자들이 참여해 브레인스토밍을 해야겠죠. 사람들은 흔히 세상에 이야기 없는 게 어디있느냐고 하지만, 이 때 이야기는 한 번 듣고 잊혀지는 이야기 아니라, 생명력을 가진 매력적인 이야기를 말합니다. 그래서 스토리텔링을 이야기할 때 '감성 매치를 잘 해야 한다'고 하는데, 이걸 제 식대로 말하면 '감성 매치로는 안 되고, 감성 스매싱을 해야 한다'는 겁니다."
"그러면 결국 스토리텔링은 저하기 달렸다 이런 말인가요?"
"딱히 이거다는 정답은 없으니까요. 다만 형식적 측면에서는 협업의 과정을 거쳐야 하고, 설명적인 측면에서는 위에서 설명한 게 스토리텔링이어야 하고, 남는 건 내용적인 측면인데, 스토리텔링의 내용은 어떠해야 하는가. 이야기로 유인을 하되 그 이야기는 단행본 형태의 이야기로 그쳐선 안 되고, 치밀한 전략 아래 특정 공간에서, 그건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상관 없습니다, 꾸준히 혹은 무서운 속도로 입소문이 날 수 있도록 갖가지 장치를 삽입해야 한다는 겁니다. 쉽지 않은 일이지요. 저도 만들어가는 과정입니다. 누가 봐도 '아, 저건 스토리텔링이라 할 만하다'고 할 수 있는 걸 보여주는 수밖에 달리 방법이 없지요."
기자는 "잘 들었다. 고맙다"며 전화를 끊었다. 
전화를 끊고 나니 좀 허무했다. 문화는 본디 잡히지 않는 무언가를 끊임없이 파헤쳐가며 좇는 것이다. 규정할 수 있는 문화는 좀체 잘 없다. 오죽했으면 한국 최초의 신조어 사전 '현대신어석의現代新語釋義'(최록동, 1922)는 '원래 문화의 의의는 매우 막연한 것'이라 전제했을까. 12년 뒤에 나온 '신어사전新語事典(청년조선사, 1934)'은 문화는 '자연 및 인간관계를 재료로 인류에 이상을 건설하기 위한 모든 노력의 결과로 생겨난 것'이라고 정의했다. 
그렇다. 문화는 인간 세계에서 이상理想이다. 이상理想은 이상理想 이상以上일 때 반짝거리는데, 현실에선 이상理想 이하以下일 때가 다반사다. 그래서 문화는 현실 세계에서 뒤죽박죽이다. 그걸 다잡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걸 설명하는 데만도 힘이 부칠 지경이다. 그러나 해야 한다. 왜, 문화는 이상이고, 이상 이상이어야 함을 너무나도 잘 아니까. 알고도 멈추거나 포기한다면, 그 또한 죄罪다. 




@사진은 필자가 스토리텔링 특강을 위해 엽서 한 장에 마인드맵으로 요약해 놓은 것이다.


#스토리텔링이란 무엇인가

(형식적 측면)- 협업 체제, 고루 스포트라이트 받는 모델
스토리텔링은 어느 특정 개인의 공이 아니라 협업을 통한 조직(혹은 팀) 전체가 고루 인정받는 협동조합 모델이 적합하겠다. 예컨대 영화는 수많은 인원이 관여하지만, 결과적으로 감독과 주연 배우만 조명을 받는데, 스토리텔링은 저마다 역할(재능)이 합해진 결과이기에 누구의 공이 더 크고, 그래서 누가 더 조명을 받아야 하는 '원 스포트라이트' 운영 시스템을 지양한다.

(설명적 측면)- 스토리텔링은 동화나 소설이 아니다
스토리텔링을 연의문학演義文學(cf.演戱)쯤으로 생각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연의문학은 희극과 겹치고, 실제 같은 것으로 이해되는 데, 그렇다면 스토리텔링은 희극인가. 아니다. 희극은 희극이고, 스토리텔링은 스토리텔링이다. 이야기적 요소에 치중하다 보니, 자꾸만 문학이 들먹여지는 것이다. 문학을 들먹이다 보니 기승전결의 완결판 스토리에 천착하게 된다.
좀 다른 이야기를 해 보자. 
스토리텔링의 모범 사례를 말할 때 고전으로 '로렐라이 언덕' '인어공주' 스토리가 단골로 다뤄진다. 현대판은 조앤 K. 롤링의 '해리포터'가 꼽힌다. 그런데 스토리텔링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선보이는 스토리텔링이 스토리텔링의 고전과 닮았나, 현대판과 닮았나. 
고전 격의 스토리는 대단히 짧다. 기승전결도 갖춰져 있지 않다. 3~4줄이 전부다. 반면 현대판은 소설이다. 판타지 소설. 롤링은 소설을 쓴 것이지 스토리텔링을 한 게 아니다.
그럼에도 이들 스토리는 스토리텔링이랄 수 있는 요소를 갖추고 있다. 고전들의 경우 멀티뉴즈가 이루어졌다. 해리포터의 경우도 결과적으로 확장성을 갖게 됐다.
그렇다고 이것이 스토리텔링의 전형이라고 한다면, '동화, 소설= 스토리텔링'이라는 형용모순이 생긴다. 적어도 '스토리텔링이 무엇이냐'는 설명적 측면에서 그렇다.

(내용적 측면)- 이야기 성性은 기본, 감성 스매싱 가능한 유인 장치가 필수
그러면 스토리텔링은 무엇이고, 어떠해야 하는가. 
기본적으로 스토리텔링이라 함은 그 결과물이 사람을 끌 수 있는 '장치'가 삽입된 이야기여야 한다. 이야기로 유인을 하되 그 이야기는 단행본 형태의 이야기로 그쳐선 안 되고, 치밀한 전략 아래 특정 공간(그것이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간에)에서 꾸준히 혹은 무서운 속도로 입소문이 날 수 있도록 갖가지 장치를 삽입해야 한다. 이것이 흔히 말하는 감성 매치다. 나는 이것을 '감성 스매싱'이라고 부른다.


* 참고글 http://masilwa.tistory.com/162(스토리텔링과 전기A life story)



▣ 지훈= 2005년 대구 영남일보 60주년 공채로 입사해 취재기자와 편집기자를 두루 거쳤다. 기자 4년차에 언론사 중 전국 최초로 개원한 신문사 부설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 실무자로 발탁됐다. 산과 들을 뛰어다니다 스토리텔링에 대한 지적 호기심이 일어 2010년 12월 사직서를 제출, 본격적으로 스토리텔링 연구에 매진했다. 2012년 5월, 스토리텔링에 관한한 첫 번째 저작물스토리가 돈이다Storytelling is Money(대양미디어)』를 펴냈다. 현재는 스토리텔링pro.라는 직함을 갖고 ‘실전 스토리텔링’을 전국 각지에 전파 중이다. 대표작으로는 대구시 의뢰를 받아 쓴 박정희 대통령과 이병철 삼성창업주에 대한 인물 스토리텔링『사람 이야기』와 영남대학교 박정희리더십연구원의 의뢰를 받아 내놓은『43일-새마을운동발상지 신도마을 이야기』가 있다. 



/스토리텔링Pro. 심지훈
2013년 4월 30일 남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