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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산이 만난 사람

[인터뷰打] '타박 타박 커피산책 김재현 사장'


커피숍 '타박타박 커피산책'은 KTX김천구미역 방향으로 황금시장 지나 감천교 끄트머리에서 우측에 자리해 있다. 이 커피숍 사장은 5년 공부하고, 2년 전 오픈했다고 말했다.


#김천 커피숍 '타박타박 커피산책 김재현 사장'

더러 볕 좋은 날은 짜장면이 당길 때가 있다. 어제 고향에서 발 붙이고 사는 친구한테 문자를 넣었다.

'짜장면 한 그릇 어때?'

'어... 미안 지금 구미. 이따가 연락할게.'

친구의 '이따가' 연락은 좀 늦었다. 오늘 점심무렵에 왔으니. 

"오늘 짜장면 한 그릇 어때?"

"좋아."

나는 친구를 짜장면 한 그릇을 위해 만났다. 고향에서 붙어산 세월이 나보다 많은 그가 이끌었다. 간 곳은 김천 외곽의 수타 짜장면집. 이곳이 맛집이라며 친구는 BMW를 스르륵 들이밀었다.

친구는 쟁반짜장과 탕수육 세트를 시켜주었다. 친구가 계산. 

"어, 내가 사야하는 건데."

"됐다. 차나 한 잔 사라."

친구가 사라는 차 한 잔은 다름 아닌 내가 어렴풋이 기억하는 동창생이 운영하는 찻집이었다. 감천교 옆 '타박타박 커피산책'이란 커피숍이었다.

거기서 프리랜서로 잘 나가는, 쟁반짜장을 내게 대접한 친구와 나는 커피숍 사장이 된 동창생과 15년 만에 조우했다.

내 기억으로는 그는 농구를 즐겼다. 점심시간마다 운동장에서 농구공과 열렬히 사랑을 나누었다. 농구 코트를 누비는 멤버 중에 그는 늘 끼어있었다. 

쟁반짜장을 사준 친구가 그 농구 서클은 '쌤'이었노라고 알려주었다. 그러고 보니 '쌤'의 멤버가 되는 일은 여간 까다로웠던 게 아니었음이 별안간 떠올랐다. 이어 나름 선수들이 모인 '쌤'은 교내에서는 짱이었지만 정작 고교생 농구대회에서는 별 볼 일 없는 성적을 냈음도 떠올랐다.

아무튼 그와는 면식이 있을 기회도, 시간도 없었음에도 15년 만에 마주하자 서로 '어' '어'하며 '어'로 통하는 구석이 있었다.

고교시절 3년 간의 무덤덤함이 15년 만에 우연찮은 만남으로 모래성 무너지듯 흘러내리고 친밀감이 단단한 성처럼 치솟는 그 묘한 느낌이란...

아무튼 짜장면 사준 친구는 시간이 좀 남는 월요일과 목요일은 '커피산책'에 와서 사장 친구와 두어시간 '수다'를 떨다가 사라지곤 한단다. 듣자하니, 사장 친구는 내게 짜장면(아! 탕수육도 함께) 사준 친구에게 연애 상담을 해주고, 그에게선 주식, 부동산 상담을 받는다고 한다. 

어쩜 그럴까. 고교 동창생끼리 오랜만에 만나면, 예비역들이 군복만 입었다면 사회적 입장이나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찌질해지는 것처럼 유치한 옛 이야기만 쳇바퀴 돌듯 하다마는, 그 묘한 굴레 앞에 나는 오늘 또 한 번 속절없이 말려들고 말았다. 

거기서 기껏 발전해 커피숍 사장 친구는 그동안 고교 은사 누구누구를 만났다는 얘기, 내가 알지 못하는, 가물가물한 또다른 동창생들의 근황 이야기를, 카푸치노 거품만큼이나 부풀려 이야기하고, 그 이상의 서비스는 없다는 냥 양껏 테이블 위에 올려놓는다.

그렇게 두어시간 오고가는 이야기 중에 손님이 간간이 찾아오면 사장 친구는 손님을 맞기 위해 자리를 떴고, 우리는 우리의 이야기를 이어갔다. 이때야 비로소 애오라지 너와 내가 사는 오늘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내가 페이북에 소개한 '맡겨두는 커피(Suspended Coffee)'가 물 흐르듯, 바람 불듯 소리 소문 없이 이례적으로 240여건의 '좋아요' 히트를 기록하고, 100여차례의 언페이스북 친구들까지도 공유해 가기에 이 참에 커피숍 사장 친구에게 스마트폰으로 '맡겨두는 커피를 아시나요?'를 들이밀며 이거 한 번 읽어보지 했다.

"아이디어는 좋은데..."

오케이! 나는 현실적으로 이첨저첨해 적용하기에는 어렵다는 이야기를 접수했다. 

대신 나는 커피숍이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하고, 이왕이면 커피장사꾼이 아닌 문화CEO란 폼나는 '꾼'이 될 수 있도록 즉석해서 설계를 해주었다. 이른바 '마미커피' 콘셉트다. 

내용인즉슨, '김천 시내 엄마들의 교육, 먹거리, 즐길거리 문화장소'로 커피숍 공간을 활용하라는 것. 시행절차는 다음과 같다.


1. '타박타박 커피산책' 페이스북 페이지를 만들 것 

2. 홍보용 티켓(명함판)을 만들 것

3. 온라인(페이지)와 오프라인(커피숍)을 통해 페이지 오픈 소식을 알릴 것

4. 이 페이지와 커피숍 운영방침을 30~40대 주부들을 대상으로 적극 홍보할 것

5. 좋은 정보를 제공하는 손님에게 인센티브(공짜 커피 및 각종 서비스)를 팍팍 제공할 것

6. 사람이 모이면 문화강좌를 시작할 것


동창생이 서비스로 내놓은 팥빙수. 프리랜서 친구는 팥을 "간 팥?"하고 물었고, 동창생은 "뭐?"라고 했다. 이에 친구는 "아니, 간짜장처럼 적당히 간을 보고 타 먹으라고 주는 거냐고"라고 했고, "너 같은 친구처음 본다"며 동창생은 빵 터졌다. 

 

나는 이때 짜장면 사준 프리랜서 친구에게 '너도 참여하라'고 엮어넣었다.

고향에 적을 두고 살면서 고향 위해 재능기부, 나름의 봉사도 좀 하고 살자는 취지로, 필요하다면 나는 스토리텔링 무료강좌도 실시하겠다고...

이렇게 하여 프리랜서 친구는 '학부형 맞춤형 초등, 중등 자녀 영어교수법'을 강의하기로, 나는 글쓰기(스토리텔링) 강의를 하기로, 커피숍 사장은 형편되는대로 '예비 커피숍 CEO 위한 교육'을 각각 담당하기로 했다.

다행히 커피숍 사장 친구도, 영어강사 친구도 모두 동의했다. 나는 그제야 동창생 만난 기쁨을 떠올리게 됐다. 

동창생, 그 짜릿함 그리고 신기함. 기실 사회생활하면 뻑하면 묶이고 엮이는 게 동창생이고, 학교 선배고, 고향 선배다. 

아이고, 내친김에 모교를 방문해 볼까하는, 프리랜서 친구의 제안에는 손사래를 치고 나왔다. 

지역에서 사제간이든, 동창간이든 엮이는 게 살아가면서 그다지 좋을 게 없다는 게 내 고견(?)이다. 

오늘 만난 동창생은 무난한 친구였기에 허허실실하면서 도와주려 한 것이었다.


'타박타박 커피산책'. 애용 부탁드린다. 5년을 준비했고, 판 벌린지 2년째란다. 커피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다. 웬만한 브랜드 커피맛 저리 가라다. 070-8245-87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