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마실사회학.com/책&영화&공연 리뷰

[신간] 현직기자가 탐구해 쓴 한중일 밥상문화

 

 

#좋은 책 소개 2탄-한중일 밥상문화
새해 출판되기를 학수고대했던 책입니다. 책이 출간되면 '홍보요원(?)'을 자처하겠다고 벼르던 책입니다. 제목은 한중일 밥상문화. 2012년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선정한 '우수저작 및 출판지원사업' 당선작입니다.

 

저는 이 책의 날 것, 그러니까 편집되지 않은 원고를 작년 10월무렵 받아 보았습니다. 사진(아래)에 보는 것처럼 인쇄를 해서 3편으로 나누어 밑줄과 형광펜을 그어가며 두 번 정독했습니다.

 
지은이는 현직 기자입니다. 경향신문에 몸담고 있습니다. 지난해 제 신간 <스토리가 돈이다Storytelling is Money>를 선물하자, 선배는 제게 이 원고 검토를 요청해 왔습니다. 

 

읽고 감동했습니다. 한중일 밥상문화를 떠나 먹거리 문화를 이리도 맛깔나게 풀 수 있다니, 선배의 내공이 내심 부러웠습니다.

신명나게 읽힙니다. 소제목만 봐도 호기심을 양껏 자극합니다. 이를테면 이런 식입니다.

-중국과 일본에도 젓가락 장단이 있을까
-왕도 간장만으로 식사를 했다
-만한취안시(포용과 관용의 정치)는 공자의 밥상에서 유래되었다
-도요토미의 사인은 영양 불균형
-조선의 왕은 하루에 다섯 끼를 먹었다
-소식한 (조선) 왕들이 장수
-불로장생의 꿈을 구현하려 했던 서태후의 밥상
-누룽지로 도쿄를 폭격한 중국
-마오쩌둥은 고추로 공산혁명을 이루었다
-서글픈 사연이 새겨진 두부
-조선 초, 말고기 품귀 현상을 빚다
-2천5백 년의 역사를 가진 곰 발바닥 요리
-개고기에도 등급이 있다
-고운 피부와 커다란 유방을 원하면 모과를 먹어라


이 책은 곡절이 많은 책입니다. 저자는 경향신문 자매지 주간경향에 재직하면서 한국농수산물 이용캠페인의 선봉에 서서 <한국음식과 한류>를 1년간 연재합니다. 그 가락으로 우리 음식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중국과 일본 음식문화까지 저변을 넓혀갔습니다.

저자의 증언에 따르면 '죽을 고생하며 공부를 제대로 했습니다.' 그의 공을 인정한 서울의 한 출판사 사장이 본격적으로 한중일 음식문화를 비교한 책을 출판하자고 제의해 옵니다. 

저자는 마침 일본 유학 기회를 얻습니다. 출판사는 책 출간 목적으로 취재비를 지원하기로 합니다. 저자는 그 바람에 목돈을 손에 쥐게 됩니다. 하나 하늘은 쉬이 유학을 허락하지 않습니다. 저자의 아내가 중병에 걸립니다. 유학을 포기합니다. 현지 취재는 언감생심이 됩니다.

취재비를 반납할 수는 없었습니다. 하여 차선을 선택합니다. 저자는 도서관으로 향합니다. 2년간 음식 관련 책을 팝니다. 그렇게 일본어와 중국어를 독해할 정도의 실력을 갖추면서까지 한중일 음식, 속담, 정치, 경제 서적을 탐독합니다. 

그렇게 원고를 마쳤습니다. 하나 이번에는 지원하던 출판사가 어려움에 봉착합니다. 그는 기자치고 수줍음이 많은 사내입니다. 누구한테 청을 넣는 것을 선천적으로 못하는 성미입니다. 그래서 끙끙 앓습니다. 기껏 만만한 제게 제 책을 낸 출판사에 어플라이를 해 볼 수 있게 청을 넣었을 뿐입니다.

하나 그를, 아니 그의 원고를 구원한 것은 정작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었습니다. 지원작에 당당히 선발된 것입니다. 이 책을 보고 있노라면, 저자가 얼마나 방대한 책을 섭렵했는지, 또 얼마나 다양한 경험을 꼼꼼히 챙겨 두었는지를 단박에 알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에는 양질의 책이 서점 책장에서 귀하게 대우받지 못하는 수가 허다합니다. 잘 알려지지 않아서 입니다. 

어쩌면 이 책도 하마터면 세상 빛을 영원히 못 볼 수 있었던 책입니다. 요행히 세상 빛을 보았고,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의 우수저작 지원사업 당선작'이란 날개를 달고 나와 아마도 제 책보다는 더 잘 팔릴 것입니다. 

오늘(11일) 저자를 만나 듣자하니, 비소설 분야에서 판매순위 18위를 기록하고 있다고 합니다. 반가운 소식이긴 하나 더 널리 알려져야 마땅한 책입니다. 구구하게 쓰는 이유입니다.

지은이의 소망은 그가 품을 판 것에 비해 소박합니다. 
"한중일 3국의 음식문화 비교를 통해 본질적으로 상생과 발전에 도움이 되는 지역공동체를 만들어가는 데 티끌만큼이라도 보탬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이 책을 쓰기 시작했다. ... 식구들이 옹기종기 모인 식탁에서, 직장 동료들이 둘러앉은 식당의 한 좌석에서, 혹은 다른 나라의 사업 파트너를 만난 자리에서 이야깃거리라도 된다면 그것만으로도 필자는 대만족이다."

좋은 책은 나눌수록 그 기쁨이 배가 된다(?) 했습니다. 새해 다이내믹 코리아가 쑥쑥 성장하는 만큼 이웃나라 밥상문화부터 꿰고 상대를 대하는 것이 어떨까요. 

이 책은 (선배께 이런 표현이 누가 되겠지만) 색시 같은 기자가 엄청난 내공으로 풀어놓은 한중일 먹거리 X파일입니다.

*이 글은 좋은 책을 소개하는 것이 목적이 있습니다. 제 개인이 상업적의 이윤 추구는 일절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