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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실사회학.com/마실에서 본 한양

[심지훈 문화칼럼] 대한민국 국회의원 귀하

대한민국 국회의원 귀하


어제 아침 신문을 펼쳐 들곤 좀 부끄럽다고 생각했습니다. '국회의원들이 대통령 연설 때 박수를 안 쳤다'는 기사 때문이었습니다. 큼지막한 현장 사진을 보고는 눈살이 찌푸려졌습니다. 때론 한 장의 사진은 미주알고주알 하는 기사보다 울림이 클 때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 울림은 기쁨이 되기도 하고, 절망이 되기도 해 보는 이의 심금을 자극하게 되지요. 이번 사진(아래)의 울림은 절망이 돼 가슴 한 구석을 먹먹하게 만들었습니다. 이 사진에는 이명박 대통령이 19대 국회 개원연설을 위해 국회 연단으로 나아갔고, 국회의원들은 전혀 개의치 않고 딴청을 하는 모습이 적나라하게 담겼습니다.



저는 이 사진을 보면서 처음에는 배울 만큼 배운 사람들이, 그것도 대한민국 최고의 브레인들이 어쩜 그리도 미숙아처럼 굴까 생각했고, 이어 '역시 배움의 격과 인간 됨됨이의 격은 다른 거구나.'라고 여러 가지 경험칙을 통해 떠올렸습니다. 어쩌면 우리나라는 대한민국 '국민 자격시험'을, 전 국민을 대상으로 치러야 할까 봅니다. 만약 대한민국 국민 자격시험이 거국적으로 시행되면 반드시 테스트 해 볼 것이 있습니다. 바로 "귀하는 외출에서 돌아온 부모 혹은 오랜만에 재회한 부모를 보고 그저 밉다는 이유로 본체만체할 것인가."라고 묻고, ① 예 ② 아니오 ③ 상황을 봐서 판단할 것 ④ 다른 가족과 상의해서 판단할 것 ⑤ 이웃과 상의해서 판단할 것 등의 보기에 답변토록 하는 것입니다.


정답은 인류 보편적인 생각에 근거해 정해도 좋고, 다수결의 원칙에 따라 정해도 좋을 듯합니다. 적어도 전 세계 200여 국가 중 7번째로 1인당 국민소득이 2만 달러고, 인구가 5,000만 명을 달성한 국가의 국민 정서와 수준은 자명해 보이니까요. 지난 2일 19대 국회 개원연설장에서 보인 국회의원들의 본새로만 보면, 우리나라 국회의원 다수는 불행하게도 '대한민국 국민 자격'부터 의심받아야 마땅하다고 봅니다. 그런데 어쩌죠? 이렇게 되면 '자격 없는 국민'을 1인 입법기관으로 만든 죄는 도로 '국민'에 있으니까요. 우리나라 국민에게, 그 중 한 명인 제 스스로에게 잘못의 화살을 돌려야 할까요? 여러모로 답답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한심하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똑같은 대통령이 4년 전 18대 국회 개원연설에선 28번의 박수를 받았는데, 이번 연설에서는 겨우 시작과 끝 2번의 박수만 받았다고 하니 말입니다. 그것도 18대와 비교하면 연설 도중에 받은 박수라고 하니 사실상 박수 스코어로 따지면 30:2, 혹은 28:0이라는 말이 되는 거지요. 아이들은 어른들 하는 냥을 그대로 보고 배운다고 하는데, 이를 어쩌면 좋을까요. 좀 비약하자면, 퇴근하고 돌아온 아비에게 고개 까딱하고 싸가지 없게 자기 방문 콕 닫은 아들에게 "아빠가 왔는데 고개만 까딱하느냐"고 지적해도 "뭐, 대통령을 보고도 기분이 나쁘다는 이유로 인사를 안 하는 국회의원도 있는데요."라고 아들이 되받아친다면 대한민국 아버지들은 이제 할 말이 없게 되었습니다. 이 일을 어찌 책임을 질 것인가요?




문득 이 기사()를 보고, 300명 국회의원의 가정교육은 어땠을까 궁금해지더군요. 대부분이 대가족 세대를 살아온 터라 밥상머리 교육 하나만큼은 핵가족 세대보다 엄격히 받았을 성도 싶은데 말이죠. 하나 대가족 세대라고 모두들 가정교육을 제대로 받았다고 하는 건 일반화의 오류겠지요. 그 시절에는 뼈대 있는 집안과 그렇지 않은 집안 간 교육방식이 질적으로 차이를 보였으니까요. 그렇대도 어른에 대한 예의는 기본이지 않습니까. 집에서 못 배웠대도 학교에서는 배우지 않았습니까. 대한민국 국민은 예나 지금이나 도덕시간에 도덕道德에 관해 배웁니다. 도덕이 뭡니까. 1) 사회의 구성원들이 양심, 사회적 여론, 관습 따위에 비추어 스스로 마땅히 지켜야 할 행동 준칙이나 규범의 총체. 2) 외적 강제력을 갖는 법률과 달리 각자의 내면적 원리로서 작용하며, 또 종교와 달리 초월자와의 관계가 아닌 인간 상호 관계를 규정한다.-라고 네이버 국어사전에는 규정돼 있습니다.


이것을 성인들 말씀으로 풀면 도道는 수평적이요, 덕德은 수직적인 까닭에 나이의 많고 적음과 관계없이 상대방에 대해 지켜할 것이 도요, 윗사람은 아랫사람에게 베풀어야 할 것이 덕인 것입니다. 전자의 대표적인 사례로는 말법이 있고, 후자의 대표적인 사례로는 하량下諒이 있습니다. 앞의 것은 상대가 나이가 어려도 사회생활 시작했으면 함부로 말을 낮춰선 안 되는 것이고,  뒤의 것은 윗사람은 아랫사람의 심정을 헤아려 행동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도에서 상대에 대한 예의를 배우고, 덕에서 상대를 헤아릴 줄 알아야 한다는 걸 배운 것은 이미 초등학교 시절이었습니다. 경우에 따라 더 이른 시기에 가정에서 배운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15일 지각해 개원한 국회가 초등학교 때 배운 도덕만이라도 잘 이행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비단 저 혼자일까 싶습니다.


그리고 잊지 말았으면 합니다. 누가 뭐래도 대한민국의 대통령은 국가원수입니다. 집안으로 치면 최고 어른이지요. 다시는 안에서 새는 바가지, 밖에서 안 샐까 싶은, 서글픈 생각을 국회의원 300명을 보면서 하는 일은 없었으면 합니다. 남 탓 전에 제 소임부터 다하는 모습을 국민들은 기대하고 있지 않을까요?


2012년 7월 4일 

여산如山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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