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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실사회학.com/마실에서 본 한양

[심지훈 문화칼럼] 프랑스 농촌 풍경


[심Pro.의 사진이야기2] 프랑스 농촌 풍경

뭐랄까. 한 폭의 수채화랄까. 사진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비현실적이지 않나, 생각했다. 프랑스 샤랑트 주 코냑 시 상공에서 본 모습이다. 제목은 '코냑 근처의 농촌 풍경'.
당연하겠지만 확실히 다르다. 우리네 농촌 풍경과는. 정말이지 영화 속 한 장면이 따로 없다. 누런 황금 들판과 녹색의 포도밭. 그 사이 홀로 선 나무 한 그루. 웅장하다. 그러면서 평온하다. 나무에 눈길을 주면 역동적이다. 마치 나무가 들판과 포도농장 사이 샛길을 종종걸음하는 것 같다. 나무는 들판과 농장의 이분법의 상징이다. 이 정갈한 갈라짐은 상처다.
19세기 포도나무 뿌리진디가 급습한다. 포도나무는 속절없이 죽어갔다. 말그대로 초토화됐다. 곡물재배로 대체된 이유다. 세월이 흘러 포도농장은 복원됐다. 하나 황금 들판과 공존한다. 코냑 주민들에게 황금 들판은 뼈아픈 역사의 징표요, 역경을 딛고 일어나게 해 준 은혜의 증거다. 
이제 다시 보자. 이 그림은 그저 한 폭의 수채화 같은 사진이 아니다. 애오라지 코냑의 역사다. 초연히 선 저 나무, 그건 언제나 흔들림없이 자연에 감사하며 살겠다는 코냑 주민의 다짐이다. 
코냑은 코냑시의 고유 상표다. 1909년 지방법에 따라 사용이 제한됐다. 요즘으로 취면 상표출원으로 다른 곳에서 사용이 금지된 셈이다. 코냑이란 브랜드는 이 지역 포도원만 사용할 수 있다. 코냑 지방 포도원은 900제곱킬로미터에 달한다. 매년 1억9000만병을 생산한다. 이 중 90%는 수출된다. 
코냑산 포도주는 그냥 포도주가 아니다. 숨통 연명해준 황금 들판, 그 자비慈悲의 산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