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알고 있었다. 그 사람은 할매의 마지막을 슬퍼한 것이 아니라 되레 할매의 죽음을 재촉하며 할매의 입과 코를 꽉 누르고 있었다는 것을. 할매는 거전 넘어갔던 숨을 헐떡이며 이렇게 외쳤다.
"이놈이 나를 죽일라하네! 아이고, 숭악한 놈!"
방바닥에 드러누운 할매 주변으로 뺑둘러 앉아 마지막 임종을 지켜보던 딸, 딸, 딸 그리고 손녀딸은 기겁을 하며 할매로부터 그 숭악한 놈을 급히 떼어놓았다.
할매는 그리고 채 5분도 넘기지 못하고 영원히 딸, 딸, 딸, 손녀딸 그리고 사정이 있어 함께하지 못한 딸 곁을 떠나갔다. 영원히.
나는 알았다. 마지막에 딸들과 손녀딸은 오열했지만 그 사람은 우는 시늉만 했다는 것을. 그리고 나는 한참 후에야 알았다. 마지막 숨을 거두는 일은 자연스러워야하는 것이지 억지스러우면 저승으로 가다가도 되돌아와 투정하듯 나무라듯 인간이 그러면 안된다는 것을 알려주고 간다는 사실을.
/심보통 <깃털 중> 20131015
'마실사회학.com > 마실에서 본 한양'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심지훈 문화칼럼] 추하중사秋下中蹝 (0) | 2013.10.17 |
---|---|
[심지훈 문화칼럼] 추하중순秋下中盹 (0) | 2013.10.16 |
[심지훈 문화칼럼] 청도 '새마을운동발상지' 단상- 문화의 꼴 (0) | 2013.10.08 |
[심지훈 문화칼럼] 책을 쓸게. 죽을 때까지... (0) | 2013.09.29 |
[심지훈 문화칼럼] (소설) 약이 없는 병 (0) | 2013.09.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