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걸레와 매발톱(심보통 1979~)
내 마음은 닳고 닳아 구멍이 났죠.
아침에 한 번, 저녁에 한 번
나는 온몸을 던져 방바닥을
뽀도독뽀도독 닦고 또 닦죠.
해어져 찢긴 나는 아프지 않아요.
제 소임을 다한 만물은
누구라도, 무엇이라도
아프고, 슬플 까닭이 없으니까요.
나는 검정 빨랫줄에 쭉 펼쳐져 보죠.
우아하게 고혹하게 핀
한 무덤의 매발톱을,
내 동무 빨래집게와 씩 웃으며 보죠.
-괜찮아, 괜찮아.
육신을 불사르지 않으면
나 또한 피어날 수 없었음을.
괜찮아. 괜찮아-.
매발톱이 내 마음에 쏙 들어앉죠.
/심보통 2014.5.6일 찍고, 5.21 짓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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