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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엄마가 사진을 찍는다

 

 

#[시] 엄마가 사진을 찍는다


엄마가 스마트폰으로 
꽃을 찍는다
조심조심 꽃 곁으로 
앵글을 들이밀고
액정을 보고 
모양을 담는다
서서히 오른손 검지로 
셔터버튼을 터치한다
찰깍,
피사체가 흔들린다
찍고 찍어도 흔들린다
셔트를 너무 빨리 눌러 흔들리고
휴대전화를 쥔 손이 가늘게 떨려 흔들린다
세로로 찍어도 흔들리고
가로로 찍어도 흔들린다
엄마는 꽃을 뚫어지게 보고
나는 엄마 손만 본다
스마트폰 사진찍기는 실패한 손이어도
자식 셋 잘 건사한 손,
그 손이 포동하니 깜찍하다
엄마의 실패는 아들의 기쁨이다.
엄마가 기쁨을 찍는다
엄마가 기쁨을 찍는다 


/심보통2014.6.16 누나가 피자 사들고 퇴근한 저녁답에 마당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