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노루귀(심보통 1979~)
참새떼 한 무리가
모과나무 머리 위에서
재잘재잘 봄노래 들려주고 간 날,
별처럼 반짝반짝 일렁이는
노오란 산수유나무 아래에서
콩나물머리 같이 앙증맞은
노루귀 몇 알이 반갑게 인사해 주었다.
소곤소곤 간질간질
봄비 내리던 날,
보들보들 털옷 입은
노루귀 꽃대가
이쪽과 저쪽에서
기지개 피듯
숭어리째 일어났다.
아, 새하얀 노루귀는
내 어머니 두 손에 쥐어 주고
파아란 노루귀는
꽃병에 담아 누님방에 놓아두고
보라빛 노루귀는
우리 은솔이 귓가에 꽂아 주고
머루빛 노루귀는
나의 영미 가슴에 안겨주고
이 모든 봄의 기적은
숭어리째
아버지 무덤가에 바치고 싶어라.
/2014.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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