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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봉선화(심보통 1979~)


#봉선화(심보통 1979~)
그리도 인사를 하고 싶었나 보다.
늦은 봄 소복하게 피어난 봉선화 
솎아주려 
예닐곱 작은 포기 거실 앞 텃밭에 옮겨심었다.
무시로 뜨겁던 어느 여름날 아침, 
두 포기는 말라 비틀어진 채 고개를 떨궜다.
참으로 애통하고 애잔한 아침이었다.
그 빈자리에 두 포기를 더 솎아다 새 친구를 심어주었다.
다행히 참말로 다행스럽게 무럭무럭 자라주었다.
줄기가 울퉁불퉁 굵어지고 가지마다 녹색잎이 무성해지자
듬성듬성했던 포기 사이 공간이 실하게 메워져갔다.
봉오리에선 길쭉한 하트 모양의 녹색보석이 주렁주렁 열렸다.
하나가 터지자, 기다렸다는 듯이 여럿이 우르르르 따라 터졌다.
그곳에선 흰꽃이  피어나고, 붉은 꽃이 피어나 판타지를 선사했다.
그런 채로 쑥쑥 웃자라더니 거실 문턱을 넘어섰다.
거실에 앉으면 아니 보고 싶어도 눈길을 사로잡는 봉선화를 보면,
그리도 인사하고 싶어 가만가만 피어올랐는가, 싶다.
/심보통 2014.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