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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가위 갈아 내걸다(심보통 1979~)


#가위 갈아 내걸다(심보통 1979~)
눈부시게 파아란 가을하늘 아래에서
네모난 잿빛 숫돌에 가위를 갈았다.
은빛 가위는 숫돌과 부비부비하며
잿빛 돌가루를 날머리에 머금었다.
가위가 숫돌 등짝을 박박 긁어주면
숫돌은 기름 같은 돌가루를 내어준다.
물에 휘휘 저어 돌가루 떨어내 가위질 하면
사각사각 삭삭- 
삭삭 사각사각- 
전에 같지 않게 경쾌한 박자에 춤을 춘다.
숫돌과 한번씩 미팅한 우리집 온 가위들은  
눈부시게 파아란 가을하늘 아래에서
대롱대롱 빨래집게와 입맞추고 일광욕한다.
/심보통 2014.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