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3.23
#프리지어의 죽음(심보통 1979~)
그대는 프리지어처럼 누군가에게
첫눈에 홀연 마음을 빼앗긴 적 있는가.
그대는 프리지어처럼 누군가에게
그윽한 향기로 오랫동안 남은 적 있는가.
그대는 프리지어처럼 누군가에게
죽음은 이리도 거염지단 걸 알려준 적 있는가.
한 다발 프리지어는 새봄 첫사랑처럼 다가와
일주일을 흥얼거린 뒤 입을 꼭 다물어 버린다.
한생을 다한 어느 초로의 꼭 다문 주검처럼
프리지어는 고개를 떨군 채 역한 내를 풍긴다.
거지주머니마냥 쪼글쪼글한 그 모습 앞에 서면
된바람이 할퀴어 오듯 어깻죽지가 서늘해 온다.
/심보통 2017.3.27
*거염지다: 도도한 티가 나다. 엄청나고 굉장하다.
**된바람: 북망산청서 불어오는 바람. 북풍.
***거지주머니: 열매가 여물지 못한 채로 달린 껍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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