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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영화&공연 리뷰

[신간] 포토에세이집 경주 휴


@2016.6.14 심지훈

#<포토에세이집 경주 휴>
이 나무 사진을 보시지요. 메타세콰이아입니다. 
두 나무는 한 나무입니다. 
하나는 여름에, 하나는 겨울에 찍은 것입니다.
저자 원문규 씨는 사진 옆에 새긴 짧은 글에서 이렇게 묻습니다.


"몇 그루로 보이나요?"


몇 그루로 보이는지요. 
왼쪽 여름 사진은 머무는 시선에 따라 정답이 달라집니다.
위를 보면 3그루고, 아래를 보면 4그루입니다.
하나 오른쪽 겨울 사진은 둘 다 틀렸다고 말해 줍니다.
모두 5그루입니다.


저자는 이렇게 갈무리합니다.


"경주는 느린 여행을 하며 자세히 봐야 더 좋은 곳이다."


어디서 들어본 이야기 같지요. 맞습니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를 쓴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의 화법(*)을 연상케 합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포토에세이집 경주 휴> 저자 원 씨는 어떤 면에서 유홍준 청장보다 더 대단하고, 큰일을 한 사람입니다.


그는 대명리조트 경주 총지배인입니다. 2013년 인사가 나서 경주로 왔습니다.


그의 고향은 강원도입니다. 이방인의 시각으로 경주를 카메라에 담았습니다.


그는 말합니다.


"저는 경주 도심은 잘 몰라요. 경주 외곽의 요소요소는 잘 알지요."


그는 앵글에 담은 경주를 네이버 블로그 <대명리조트 경주>에 아침마다 업로드합니다.


그는 <포토에세이집 경주 휴>를 내기 전, 자신의 독법으로 경주를 읽고, 경주 관광코스를 만들고, 그걸 임시책자(경주의 사계)로 컬러인쇄 해 대명리조트 지하 1층 BBQ매장에 펼쳐 놓았습니다.


<경주의 사계>는 11일 밤에도 BBQ매장 데스크에 올려져 있었습니다.


그는 원래 작가가 아니었습니다. 그는 경주를 앵글에 담고, 글을 쓰고, 책을 냄으로써 작가가 되었습니다.


그는 고백합니다.


"저는 작가가 아니라 사진에 맞는 글을 쓰느라 무척 힘들었습니다."


헌데 말입니다.


그의 장한 일이 지역사회에서는 좀 달리 읽힌다고 합니다.

경주는 잘 아시겠지만, 좀 특별한 도시입니다.

천년고도 신라의 도시답게 경주에는 많은 예술인들이 살아갑니다.

그에게 후한 점수를 좋으련만, 시기하고 질투하고 아니꼽게 보는 시각도 적지 않은 모양입니다.


저는 제안합니다.


대명리조트 경주를 가시면, 총지배인 원문규 작가의 책을 한 권씩 사들고, 그의 안내대로 경주를 느리게 여행해 보세요.


그리고 만족했다면, 감사의 글과 인사를 남기세요. 입소문을 내주세요.


관광객들이 원 작가의 노고에 감사를 표한다면, 경주 토박이들의 시선도 달라질 것입니다.


대명리조트 경주에서 묵게 되면 우선 원문규 총지배인을 찾으세요. 일단 그에게 양해를 구하고, <포토에세이집 경주 휴> 비하인드스토리부터 들어보세요.


그리고 시작하세요. 경주 느린 여행.

/심지훈 대구한국일보 한국콘텐츠연구원 총괄에디터 2016.6.14



(*)"아는 만큼 보인다"
유홍준 청장의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를 통해 널리 알려진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말은 정조 때 문장가 유한준(兪漢雋, 1732~1811)이 당대의 수장가였던 김광국(金光國)의 화첩 《석농화원(石農畵苑)》에 부친 발문에서 따온 것이다 . 
원문은 "知則爲眞愛 愛則爲眞看 看則畜之而非徒畜也"이다. "알면 곧 참으로 사랑하게 되고, 사랑하면 참으로 보게 되고, 볼 줄 알게 되면 모으게 되니 그것은 한갓 모으는 것은 아니다"는 뜻이다. 
이를 축약하면 '지즉위진간(知則爲眞看)'. "알아야 참으로 보게 된다"라는 뜻이다. 
이를 유홍준은 그의 독법으로 "아는 만큼 보인다"고 깡총하게 잘라냈다. 

그는 황석영, 방배추와 함께 우리나라 '3대 구라쟁이'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