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까지 재미있는 영화 <끝까지간다>
오랜만에 스토리가 탄탄한 액션영화 한 편이 나왔다. 뻔한 이야기 같지만 장면마다 섬세한 신경이 가해졌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그래서 뻔하다(뻔한 장면이라)고 단칼에 단죄할 수 없다. 사실 한국영화 중에 스토리가 뚜렷하고 훌륭한 액션영화를 손에 꼽으라면 우리 영화 시장규모를 감안하면 민망하기 짝이 없다. 그렇지만 영화계 전체는 분명 진화하고 있다. 최근 개봉된 액션영화 <끝까지간다>를 보면 그 점을 수긍하지 않을 수 없다.
개인적으로 별 기대 안했다. 그저 한가한 금요일이라 극장에 들러 최신개봉작을 예매해 큰 컵 콜라 한 잔과 나쵸 하나 주섬주섬 사들고 들어가 조용하게 감상만 해도 힐링이겠다 싶었다. 그런데 얻어 걸린 격이랄까. 좀은 나태한 감상을 어느 정도 감수했던 내 중추신경이 바짝 섰다. 러닝타임 내내 다음 장면을 기다려서가 아니라 ‘다음 장면’을 보면서 ‘어라!’ ‘우와!’ ‘캬!’ ‘아!’ 같은 속탄성(?)이 절로 나왔다.
<끝까지간다>의 작가는 상상력이 뛰어날 뿐 아니라 대단히 성실한 사람이 틀림없을 것이다. 영화가 성공하려면 시나리오가 탄탄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탄탄한 시나리오여야 배급사들이 달려드는 것이 현실이기도 하고. 그런 면에서 <끝까지간다>는 <관상>, <군도>-아직 개봉전이긴 하지만, 이 시나리오도 훌륭하다-처럼 시나리오가 탄탄해 상영작으로 올려진 경우라고 봐야 할 것이다.
이 영화가 놀라운 건 참 흥미유발도 안 되고, 감흥도 없이 제목을 <끝까지간다>로 한데다가, 극을 전개하는 장치들-예컨대 장면과 장면의 연결고리 소품과 장면을 잇는 소품 그리고 암시물들이 너무 빤한 것인데도 불구하고 그걸 기가 막히게 잘 살렸다는 것이다. 이 뻔하지만 훌륭한 소품으로는 강아지, 핸드폰, CCTV, 풍선다발, 컨테이너, 총, 열쇠, 금고 등이 있다.
하긴 세상에 세상을 놀래킬만한 물건이 몇 가지나 되겠나. 대중에게 익숙한 것들을 적재적소에 사용하면 그만이지. 그러려면 플롯(plot)이 좋아야 한다. 플롯은 이야기성을 넘어 이야기력이라 해야 옳을 것이다. 극을 전개해 나가는 힘, 그 힘이 있은 후에야 소품들이 용한 재주를 부릴 수 있는 것이다.
<끝까지간다>의 플롯은 크게 세 부분이다. 첫 번째 플롯은 주인공(이선균) 엄마의 장례식-주인공이 근무하는 경찰서 강력반에 뜬 감찰팀-주인공이 낸 교통사고 사망사건. 이 세 점이 첫 번째 트라이앵글을 이룬다. 두 번째 플롯은 누군가의 도움으로 기사회생한 주인공-수배 사건 발생-제보전화. 두 번째 플롯에서 주인공에 맞서는 악당이 드디어 등장한다. 요즘 핫한 배우 조진웅이다! 세 번째 플롯은 엔딩으로 새 단장 중인 주인공 엄마 묘-주인공의 딸 아이가 묘지 주변에서 주워서 놀다 버린 열쇠 하나-어마어마한 돈이 재어 있는 금고.
물론 영화를 보지 않은 사람들은 플롯을 이렇게 설명한다고 <끝까지간다>를 호평하는 이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이것이 이 글을 읽는 여러분들이 <끝까지간다>를 봐야할 이유라면, 매 맞을 일일까. 일단 속는 셈치고 한 번 보고 다시 이야기하면 안 될까. <끝까지간다>는 자신컨대 끝까지 흥미진진하다. 거듭 강조하지만 우리에게 익숙하다는 이유로 뻔해 보이는 장치들을 탄탄한 스토리로 승화한 수작이기 때문에. 이번 주말도 무지 덥다는 데, 강추!
아, 배우 얘긴 왜 없냐고? 두 말해 무엇하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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