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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실사회학.com/마실에서 본 한양

[외부칼럼] 어느 경찰의 참 바른 말씀


요즘 국민행복이 최대 화두입니다. 새정부가 '국민행복시대'를 천명했기 때문입니다. 국민행복시대는 어떻게 하면 열릴까요. 아래 글은 어느 경찰의 기고문입니다. '기본이 바로서야 나라가 바로 선다'는 10년 전의 슬로건을 새삼 언급하면서 시작한 이 글은 기고문이라면 대게 자신이 몸담은 조직의 실적 공치사로 반을 채우는 대신, 그야말로 기본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리고 국민행복은 정부, 해당 조직(여기선 경찰), 국민이란 주체가 다리묶고달리기를 하듯이 호흡을 가다듬고 한 발 한 발 협조해서 근면하고 자조해야 이룰 수 있는 것이라고 강조합니다. 그러면서 이 경찰은 우리 국민의 저력이라면 국민행복시대도 머지않았다고 긍정의 기운을 불어넣어 주고 있습니다. 7월의 첫 날, 참 좋은 글을 실어준 영남일보와 좋은 글 써 주신 양보석 대구달성경찰서 다사파출소장께 고마운 말 전합니다.<편집자 註> 



[기고] 다리 묶고 달리기/ 양보석<대구달성경찰서 다사파출소장>


‘기본이 바로서야 나라가 바로 선다’는 캐치프레이즈는 구문이다. 그러나 새 천년이 시작되던 2000년 초 이 구호는 대한민국 전면에 다시금 등장했다.

배경은 이랬다. ‘이제는 우리도 국격(國格)을 생각할 때가 됐고, 그러자면 기본을 바로 세워야 한다.’ 이 모토는 공직사회에서부터 사회 각종 단체·조직 곳곳에서 일상화되어 사용되었다. 하지만 큰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돌이켜보면, 2000년대 들어 우리나라 IT산업은 급성장하고 있었다. 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는 초읽기로 보였다. 앞서 외환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한 터라 사회 분위기는 어느 때보다 고무적이었다. 그 결에 ‘국격을 높이자’는 이야기가 나왔던 것이다.

그런데 냉철하게 판단하면 실패했다. 목표가 슬로건에 그쳤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그로부터 10여년이 흘렀다. 박근혜 정부가 출범하면서 국정 최우선 과제로 ‘국민의 행복과 안전’을 내걸었다. 국정 비전도 ‘국민행복 희망의 새 시대’로 언명했다. 

‘국민행복 희망의 새 시대’는 어떻게 하면 열릴까. 새 정부는 4대악(惡) 근절이란 보다 뚜렷한 청사진을 제시했다. 4대악이란 ‘성폭력, 학교폭력, 가정폭력, 불량식품’을 가리킨다. 일부 국민은 이 네가지 범죄를 4대악으로 정한 이유에 대해 의아해할지도 모르겠다. 

사실 새 정부가 4대악이라고 규정한 것은 경찰의 치안업무의 한 부분에 불과했다. 경찰은 그동안 살인이나 강간, 절도 같은 사회에 지대한 악영향을 끼칠 수 있는 강력범죄 예방에 더 큰 힘을 기울여 왔다. 

세상은 변했다. 성폭력이나 학교폭력, 가정폭력 등이 단순폭력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자살로 이어지면서 곧잘 강력범죄에 버금가는 악영향을 주는 사건으로 비화되기에 이르렀다. 

국민행복시대는 무엇보다 국민의 마음이 편해야 온다. 국민의 마음이 편하려면 일상에서 나타나는 폭력이 사라져야 한다. 일상의 폭력이 급감하고, 사라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경찰이 맡은 바 임무를 충실히 잘 수행하는 건 기본이다. 사건이 발생했을 때 국민은 범죄의 경중을 따져 경찰에 호되게 채찍을 가할 수 있지만, 경찰은 범죄에 관한 한 경중을 따져가며 소홀히 하거나 가볍게 여겨선 안 된다. 국민은 신고를 잘해야 한다. 남의 일이라고 지나치지 말고, 내 부모형제가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는 안타까운 심정으로 범죄현장을 목격하는 순간 가까운 파출소나 경찰(112)에 신고하자. 

국민행복시대는 어느 누구 하나가 몸을 바쳐 노력한다고 맞이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정부가 앞장서고 경찰이 혼신의 힘을 기울이고, 그에 발맞춰 국민이 자발적으로 협조해 줄 때만 가능하다. 

‘기본이 바로 서야 나라가 바로 선다’는 말은 곱씹을수록 멋진 말이다. 동시에 대단히 무서운 말이기도 하다. 4대악의 키워드는 기본에 속한다. ‘성 문화가 바로서야 나라가 바로 선다’ ‘학교가 바로서야 나라가 바로 선다’ ‘가정이 바로 서야 나라가 바로 선다’ ‘먹거리가 바로 서야 나라가 바로 선다.’이 말을 치환하면 ‘나라가 바로 서려면 기본이 바로 서야 한다’는 말이 된다. 우리는 결국 기본을 잘못 지킨 결과 불행한 국민을 자처한 형국이다. 

우리나라는 세계경계규모 15위, 20-50클럽 달성(1인당 소득 2만달러, 인구 5천만명 이상을 달성한 국가), OECD 내 개발원조위원회 24번째 회원국 가입, 전자·IT부문 세계 1위라는 영광 위에 OECD 36개 회원국 중 자살률 1위, 행복지수 꼴찌 수준(27위)이란 묵직한 잿빛 구름이 짓누르고 있는 모양새다.

국민행복시대는 정부와 경찰, 국민이 하나가 될 때 가능하다. 지난달 4일로 경찰의 ‘4대악 집중단속 100일’은 마감됐지만, 4대악 근절을 위한 세 주체 ‘다리 묶고 달리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근면하게, 자조하며, 협동해서 달려보자. 국민행복시대가 머지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