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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두꺼비(심보통 1979~)


#두꺼비(심보통 1979~)


내 어릴 적에 
우리집 푸세식화장실 앞쪽에 거름자리가 있었다
외할매는 먹다 남은 음식찌꺼기를 버리고
여름날 채소며 고추며 콩이며 갖은 먹거리 찌거기를 버렸다
진숙이 눈 똥도 그곳에 버렸다
괭이로 이리 한 번 저리 한 번 흙으로 뒤섞어 냄새를 가렸다
하루 때고 난 연탄재도 버렸다
1년 묵힌 거름은 볕좋은 봄날 
터묵골로, 안중골로 경운기에 한 가득 실어 옮겨냈다
내 어릴 적에
그 거름자리에서 두꺼비가 큰 것이며, 작은 것이며
작은 것을 업은 어미 두꺼비며 시종 느린 걸음으로 걸어나왔다
우중충한 날씨나, 장마 앞둔 후텁지근한 날씨에 
어디에 숨어있다가 나왔는지도 모르게 슬금슬금 걸어나왔다
외할매가 괭이로 그렇게 거름자리를 휘저어도 
코빼기 한 번 안 보이던 놈들이 
비오기 전날, 무리를 지어 릴레이 경주라도 하듯이 줄줄이 나왔다
거름자리가 사라져서 인가 
우리집에서 두꺼비가 얼굴을 내비친 지 오래다
직지사문화공원에서 만난 커다란 두꺼비에게
나는 요놈 조상들이 출몰하던 그 시절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뉴스에선 오늘밤부터 장마가 시작된다고 한다
나는 두꺼비에게 너는 거름자리도 없는데 어디서 나왔냐고 묻는다
두꺼비는 꿈쩍도 않고 가만 나를 쳐다본다
너야말로 어디서 왔느냐는 듯, 나를 빤히 본다

/2013년 6월 17일 직지사문화공원 산책 갔다가 두꺼비 만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