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미(심보통 1979~)
나 어릴 적
여름날 해질 무렵 동네 굴뚝 위로
하얀 연기 피어오르면
소여물 삶는 냄새가 동구 밖까지
스멀스멀 피어 날아왔다
나는 아직도
동네 어귀를 들어서면
빈 굴뚝 위로
그 발효된 짚내가
코끝을 찌르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진다
그 쿰쿰한 소여물내가
온 동네를 뒤덮던 여름날 밤
마을회관 앞 가로등 아래에선
날파리와 모기 그리고 털매미가 반상회를 열었다
무슨 안건으로 매일 밤
그렇게 모여 바삐 날개짓하는 하는 걸까,
나는 알지 못했지만은
털매미는 덩치로 보나 날개짓으로 보나
반장 역할을 하며
가로등이 꺼질 때까지 회합을 주도했다
어쩌면 매미계의 영원한 꼬마 털매미는
날파리와 모기의 오야붕이 되고 싶어
죽기살기로 가로등 아래서 푸드득 됐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다 백열등에 데여 장렬히 전사한 건지도 모르겠다
오야붕의 길은 멀고도 험하다.
/2013년 7월 2일 올 여름 첫 털매미를 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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