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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문인송 가는 길(심보통 1979~)

 

#문인송 가는 길(심보통 1979~)

십일월 
우리 동
문인송(文人松) 가는 길은 호젓하다.

병풍처럼 둘러싼 황악산계
나무와 꽃과 풀은
샛노랗게, 샛붉게, 누렇게 물들었다.

향천2길 86-12번지 사는
할아버지는 현관 계단에 앉아 
검붉은 손으로 노란콩을 까고 있고

향천2길 86-14번지 사는
할머니는 별채 처마 아래
시래기를 정갈하게 걸어놓았다.

향천2길 86-16번지 사는
할머니는 대문 앞에
검정천막 깔아놓고 콩을 말린다.

골목 담벼락마다 이 집 저 집
갓 수확한 노란콩과 검정콩이 
오와 열을 맞춰 병정처럼 사열 중이다.

콩무사 호위 받으며 
문인송 앞에 다다라 올려다보면
잔가지를 흔들어 그윽하게 반겨준다.

동네와 사람은 늙어 을씨년스럽지만
우리 동네 가을은 
여적 포근하고 풍성하고 동경할만하다.
/심보통20131106/아버지 돌아가시고 지은 첫 시.

*문인송(文人松)= 김천 직지사 아래 이 소나무를 중심으로 직선거리 100m 안에서 김천 최초 등단 시인 홍성문 교수, 김천인 최초로 시집 발간한 故 이정기 교수, 김천 최초로 등단한 故 소설가 심형준 선생이 났다하여 붙여진 이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