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귀화(심보통 1979~)
누님 방 남쪽에는
황악산 등줄기 선연히 뵈는
광창廣窓이 기분 좋게 나 있다
창틀 키에서 딱 한 뼘 높이 위로
자줏빛 공 하나가 자라난 건
봄비 때리던 엊그제 일이었다
비그친 뒤 움츠렸던 자색공은
햇살 머금고 흐드러지게 피어났다
시인 김영랑이 구슬피 노래했던, 모란
저 북쪽 나라에선 꽃의 왕이라 불렀다고
꽃 중의 꽃, 꽃의 신- 부귀화라 불렀다고
저토록 화사해도 그 흔한 꽃향기 없다고
가만 있자, 모란 피어 있는 날동안
누님을 호위하는 건 저 물건이렷다
누님은 꽃을 다스리는 여왕이었던가
고개 들어 목단에 눈길 주었더니,
잔바람에 연방 화답한다
'그렇지요. 그렇지요'
*모란은 목단이라고도 함.
/2013년 4월 25일 찍고, 26일 쓰다/ 누님 방 창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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