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역 가락국수집(심보통 1979~)
최근에 새롭게 문을 연
대전역 대합실 안의
'대전역 가락국수집'은
꽃들이 여행객을 반긴다.
투명유리창에 세로로 그어진
굵은 선처럼 달린 자동문 버튼을
실무시 누르고 들어가면
꽃들은ㅡ
"어서 오십시오. 고객님"한다.
메뉴는 여섯개 같지만
같은 걸 쫄로리 두 번 나열한 것일 뿐
어서 오신 고객님을 좀은 피곤하게 만든다.
하나 국수 이름이 정겨워 보고 또 보게는 된다.
쌈닭을 웃기로 얹는 쌈닭가락국수가 그 중 비싸고
두부를 웃기로 얹는 두부가락국수가 둘째로 비싸고
장터에서 서민들이 먹던 장터가락국수가 가장 싸다.
화사한 꽃이ㅡ
"주문을 도와드리겠습니다. 고객님"
하기에ㅡ
아무래도 국수의 으뜸은 장터가락국수가 아니겠는가.
그 꽃님은 나에게 영수증과 번호표를 주면서
잠시만 기다려 달라 빙긋이 말했다.
가만 자리잡고 앉아 주위를 관망하니
대전역 가락국수는 특이한 서비스를
새롭게 도입한 것이 보였다.
메뉴가 나오면 고객이 쟁반을 들고오는 게 아니라
세 꽃님이 그 비좁은 공간에서 번호를 호명하며 요리조리 서빙을 하는 것이다.
그건 우동집 역사에서는 좀처럼은 보기드문 관경이라 눈이 갔다.
식사를 끝낸 뒤의 고객들은 과연 쟁반을 퇴식구로 가져갈 것인가가,
내 관심사였다.
식기를 가져오고 가져다 주는 것에 익숙해진 고객들은 식사를 마치고 식기를 직접 가져다 주었다.
일부는 그냥 밖으로 사라졌다.
그러자 세 꽃님들은 분주히 움직이며 빈 식기를 거둬들였다.
나는 이 광경을 보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결국 범인들이 먹고산다는 건 숙이는 거구나.
어느 때부턴가 셀프서비스가 유행처럼 도졌다.
서구의 각자도생식이 우리에게는 그럴 듯해 보였던 것이다.
나는 이 문화가 지속되지는 못할 것이라 보았다.
결국 꽃들의 모시는 서비스는 고객들보다 영세업자들에게 당연한 세상이 도로 올 것이라고 봤다.
한 그릇이라도 더 팔아야하는 우동가게에서 각자도생식 셀프서비스라니!
셀프도 서비스라니!
과당경쟁은 도로 모시는 서비스로 회귀할 것!
나는 대전역 가락국수집에서 나의 예지력이 뛰어났음(!)을 확인했다.
오늘 '꽂보다할배'라는 리얼버라이어티쇼가 화제인데 천만의 말씀이다. 할배보다는 꽃이 현실세계에서는 진가를 톡톡히 발휘한다.
대전역 가락국수집이 화사한 꽃들의 활약으로 대박칠 것이란데 뭘 걸면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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