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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실에서 본 한양

[심지훈 문화칼럼] 아비투스

#아비투스

아비투스(Habitus)를 정의한 이는 프랑스 사회학자 피에르 부르디외다. 흔히 '습관' 정도로 무심하게 통용되는 아비투스는 '특정유형의 환경을 구성하는 조건에 의해 생산되는 것'이다. 

사회학사전에는 아비투스를 '기본원습'으로 번역하고 있다. 학문적 용어라 낯설고 어렵게만 느껴진다. 

프랑스 역사학자 브로델의 사례를 참고하면 좋을 것 같다. 

브로델은 이렇게 말했다.

"나는 제자를 받을 때, 고향을 물어봐서 농촌 출신에게는 농업사를 권하고, 도시 출신이면 상업사와 같은 주제를 권했다. 누구든 자신이 성장하며 갖게된 원초적 정서와 맞는 공부를 하는 것이 최선의 길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어떤 아비투스를 갖고 있느냐는 어떤 부류와 거리낌 없이 어울리느냐를 결정짓는다. 시골 태생은 시골 태생끼리 정서적으로 통하는 데가 있고, 도시 태생은 도시 태생끼리 텔레파시가 잘 통하기 마련이다. 

우리는 사람을 사귈 때, 그리고 만날 때 어떤 이는 한 번만 봐도 여러 번 만나본 것처럼 편하게 느껴지는데, 어떤 이는 아무리 만나도 마음이 불편한 경우를 겪어 보았을 것이다. 

부르디외와 브로델 식으로 하면 아비투스가 자신과 맞지 않아 생기는 차이인데, 이를 남녀관계에서는 통상 인연이 아니라고 단정짓고 만다.

우리네 인생에서 대인관계는 선택 가능하다. 하지만 마냥 쉬운 선택은 아니다. 인간은 조직이란 틀 안에서 움직이기 때문이다. 

나와 아비투스가 비슷한 이를 친구로 두는 것은 쉽다. 관건은 나와 다른 아비투스를 가진 이를 내 친구로 만드는 것이다. 전자는 누워서 떡 먹기 같아도, 후자는 하늘의 별 따기 같다. 

우리가 사람과 관계할 때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내가 상대를 불편해 하면 상대도 나를 불편해 여긴다는 점이다.

상대를 잘 관찰해야 한다. 상대와 내 차이를 파악하고 대할 줄 알아야 한다. 세상에 혼자 나는 손뼉 소리는 없다.

/심보통20131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