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마실에서 본 한양

[시] 사랑(심보통 1979~)

#사랑(심보통 1979~)


아이가 내게
코맹맹이 소리로
미워라고 했어요.
나, 답했지요.
고.마.워.
아이, 말했지요.
밉.다.고.
난 말해주었죠.
알.아.
미워는 사랑해의 두 글자 표현이라고.
아이가 말해요.
흥!
그건 한 글자 표현.

맞아요.
미워, 흥, 시러, 치
모두
사랑해의 동의어에요.
사랑해는 랑해, 해와 같은 말이고요.
우리가 사랑하지 않는다면
미워, 흥, 시러, 치
사랑해, 랑해, 해
같은 애뜻한 마음을 
석 자로 두 자로 한 자로
쏟아낼 이유가 없잖아요.

사흘 있음 빼빼로데이에요.
아이, 11월 11일 빼빼로 사줄게.
큰 것으로 네 개.
1111이니깐.
아이, 답했지요.
시.러. 미.워. 사.랑.해. 흥. 치. 해.
해.해.해.
사.랑.해.
/심보통201311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