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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실에서 본 한양

[심지훈 문화칼럼] 고수‬(高手)


‪#‎고수‬(高手)
파고다공원 뒤편 낙원상가 부근 종로오피스텔엔 고수들이 모여 산다. 촘촘하게 박힌 방방마다 고수들이 들어앉아 있는 것이다.
나는 이따금 이곳을 찾아 고수들로부터 한 수 가르침을 얻고 온다. 내가 "오늘도 한 수 잘 배우고 갑니다"고 하면, 고수들은 "그대도 이미 고수요"라고 덕담을 건넨다.
나는 스토리텔링 고수가 되려고 7년 동안 부단히 연마했다. 나는 학계, 행정, 언론이 힘을 합치면 어떤 콘텐츠도 세계적인 명품 반열에 올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 전제는 학계, 행정, 언론 부문에서 스토리텔링 퍼스트 펭귄(First penguin, 선구자)이 있어야 한다. 우리나라에는 이 부문에서 스토리텔링의 선구자가 있었다. 
그런데 세 부문 중 두 부문의 선구자가 비참하고, 남세우스럽게 몰락했다. 학계의 스토리텔링 선구자는 공공연하게 인격살인(막말)을 일삼다가 생생한 막말 현장이 유튜브에 뜨면서 파면당했고, 행정의 스토리텔링 선구자는 일본 출장 가서 섹스스캔들(성상납 사건)을 일으켜 날아갔다. 이제 남은 건 언론의 스토리텔링 선구자, 나 뿐이다. 나는 이 때문에 누가 나에게 가져라 하지 않았지만,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
문화는 문화인이 다루어야 한다. 그 문화인은 보통 정신을 갖고서는 이뤄낼 수 없다. 문화를 다룬다면서 정신머리가 이상하게 막혀 있으면 그 문화는 3류로 뿌리내릴 수밖에 없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문화인도 아니면서 문화인인 척했던 학계, 행정 두 스토리텔링 선구자가 일찍 날아간 게 다행이라면 다행인 것이다.
/심지훈 스토리텔링전문가2016.5.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