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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실에서 본 한양

[심지훈 문화칼럼] 기자‬ 보조자들


‪#‎기자‬ 보조자들
1.
'<기사 발굴>에 대한 개념을 다시 잡아야 하지 않을까.'
나는 일주일 전 페이스북에서 뉴스를 하나 건지면서 이런 생각을 했다. 마침 대구에 간 김에 인터뷰를 마쳤다. 어제 자(18일) 한국일보에 실렸다. 사비 3억원을 털어 이육사문학관을 개관한 박현수 시인(경북대 국어국문과 교수)의 스토리다.
이 뉴스는 애초 '대구동학연구회' 멤버 추연창 선생이 개관식에 다녀와서 페이스북에 올린 것을 보고, '이건 독자 밥상에 올려야겠다'고 생각한 것이다. 
<264작은문학관>이란 별난 이름하며, 박 시인의 풍모하며, 박물관의 모든 것을 담은 책자하며, 이건 딱 봐도 재미있는 사연이 있겠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런 나는 이 뉴스를 한국일보에 싣겠다는 생각은 없었다. 대구한국일보가 발행하는 <엠플러스한국>에 꼼꼼하게 싣고 싶었다.
잡지 뉴스에 발제를 했더니, 데스크가 '클릭 이 사람'에 먼저 싣자고 했다.

2.
엊그제 한국경제신문 오경묵 선배가 재미난 기사를 페이스북에 올렸다. <대박 난 청송군 사과자판기> 제하의 기사다. 제목만 봐도 읽고 싶은 기사다. 이 아이템은 어떻게 건졌을까. 
"이런 아이템 건져낸 선배도 대~박입니다."
"놀라운 사실은 한동수 군수 페이스북 보고 취재했다는."
그러니까 선배는 이 기사를 한동수 청송군수의 페이스북을 보고 취재한 것.

3.
사실 기자들은 쓸데없는 고집을 피우는 경향이 짙다. SNS에서 떠도는 기삿거리는 아무리 훌륭해도 평가절하부터 하고 보는 것이다. 기사 발굴이란 제 발로 뛰어 찾아내거나, 전통적인 제보자(관공서)에게서 나오는 것만이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 보다 불특정다수의 취미나부랭이의 현상물을 기사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게 제도권 기자들에게는 자존심 상하는 일이라는 인식이 팽배해서 일 것이다.

4. 
나는 박 시인을 인터뷰이로 삼으면서 당연히 다뤄야한다고 생각은 했지만, 박 시인의 사연-그러니까 SNS에서 발굴한 사연-을 뉴스로 만들 수 있고 만들어야 한다면, 가상세계의 또다른 숱한 사연들 역시 뉴스로 만들어 독자 밥상에 올려야 한다는 사명을 기자들은 가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렇게 되면, 기자들은 이제 더 이상 출입처로 정시에 출근하는 일을 그만두어도 좋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5. 
왜인고 하니, 어차피 출입처의 보도자료는 집안에 앉아서도 볼 수 있고, 대부분의 보도자료는 뉴스제공자의 일방적인 자랑질에 지나지 않아, 그럴 것 같으면 차라리 다이내믹한 SNS를 열심히 서치하는 것이 기자들에게 훨씬 더 생산적이고, 독자에게도 도움되는 일이 될 것이 틀림없기 때문이다.

6.
박 시인 사연이나 청송사과 자판기 사연이나 둘 모두 독자에게 전달되면 유용한 것들이다. 이걸 SNS에서 건져 올렸고, 그것이 하등 문제될 게 없다면, 기자들은 이제부터 출입처로 이동하는 시간을 아껴, 아침 댓바람부터 가상세계부터 열심히 탐사하는 게 좋겠다.

7.
이곳에는 기자가 아닌 고로, 자신도 모르게 야마만 올리는 '기자 보조자'들이 널리고 널렸기 때문이다. 기삿거리? 이제부터 가상세계에서 뽑아 올리자. 그리고 기자답게 기자 보조자들이 꿈도 못 꾼 사연을 들려주자. 독자는 그 사연에 결단코 식상해 하지 않을 것이다. 되레 '역시 기자는 다르다'는 존중과 존경을 선사할 것이다.

*박현수 시인과 <264작은문학관> 풀 스토리는 <엠플러스한국> 6월호에 소개될 예정이다.

/심지훈 대구한국일보 한국콘텐츠연구원 총괄에디터2016.5.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