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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실사회학.com/마실에서 본 한양

[심지훈 문화칼럼] 서장님의 청첩장


#서장님의 청첩장
인연이란 참 묘하다. 한 번 만나고 그만인 인연도 있고, 두 번 만나고 그만인 인연이 있다. 평생 갈 것 같다가도 하루아침에 남남이 되는 인연도 있고, 끝났다고 생각했는데 이어지는 인연도 있다. 


먼저 살아봤기 때문일까. 대학교 은사께서 한 번은 사람 인연은 강줄기와 같아서 끊겼다고 생각했다가 다시 이어진다고 하면서 그건 자의에 의해서 일 때도 있고, 타의에 의해서 일 때도 있다고 일러 준 적이 있다. 그래서 인연은 묘한 거라고 어른들은 진작에 말씀하셨나 보다.


그 중에서도 특별한 인연은 첫 만남이 인상적인 인연이다. 경찰 출입기자로 5곳의 경찰서를 드나들었는데, 3곳의 서장과는 인연이 오래가지 못했다. 2곳의 서장 중 1곳은 오래갈 줄 알았는데, 의외로 쉽게 끊어졌다. 아니 강줄기 같은 인연이 아닐까 짐작한다. 나머지 1곳 서장은 여태 인연이 닿아 있다.


얼마전 아들을 치렀다. 인상 깊었던 것은 그 분의 청첩장이었다. 손편지는 아니지만, A4 한 장에 결혼소식을 편지형식으로 담았다. 결혼식이 끝나고 감사편지를 보내왔다. 역시 편지였다. 나는 그 분의 이 방식을 보고 나와 코드가 맞다고 생각했다. 


인연은 무엇인가 맞아야 이어지는 것이지 않을까, 싶다. 
이 청첩장은 유효기간이 없을 것 같다. 그 분 마음을 받은 셈이니 쉽게 용도폐기하는 것은 예의가 아닐 듯하다.


기계적인 청첩장 대신 마음을 전하는 것, 굿 아이디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