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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실사회학.com/마실에서 본 한양

[심지훈 희망칼럼4] 이런 꿈꾸고, 이렇게 살아라

여산 형이야. 네 번째다. 
오늘은 먼저 세 가지 장면을 들려주고 이야기를 이어가마.

#장면1
오른손목이 불편해 파스를 사러 갔다. 약국으로. 그곳에선 가운 입은 자그마한 체구의 여약사가 반겼다. 
데스크 앞 의자엔 백발의 할머니가 앉아 있었다. 약사는 "어떻게 오셨어요"라고 물었다. 형은 "파스 좀 주세요. 팔목이 아파서."라고 했다.
약사는 "그러면 작은 파스를 드릴테니, 아침 저녁으로 붙이세요."라고 했다.
형은 파스 값 2천500원을 건네면서 그 약사를 다시 보았다.
약사는 참 따뜻한 사람일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녀의 손을 보고 그리 생각했다. 그녀의 손은 두툼했다. 손가락도 충분히 예뻐 보일만큼 길다랬다.
그런 그녀의 손톱 끝이 온통 터있었다. 여성의 손이라기보다 장인의 손이라고 번뜩 생각되었다. 
형은 약국 들어오며 무심코 본 그녀의 얼굴을 막간을 이용해 다시 살폈다. 화장기 없는 말끔한 얼굴 위로 점점이 박힌 주근깨, 단정하게 뒤로 꽁묶은 머리, 전체적으로 소탈해 보였다. 학창시절 공부를 꽤 잘했을 것 같았다. 형의 용무는 그걸로 끝이었다.
약국을 나오려는 찰나, 소파에 앉아있던 노파老婆가 
약사에게 다가가 말을 걸었다. "관절이 계속 아파." "네. 그건..." 약사는 할머니 얼굴을 다정스럽게 바라보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형은 약국 문을 나섰다.
뒤돌아 흘겨 본 약국 안 장면은 흡사 어머니와 딸의 모습이었다. 그녀는 분명 어느 고객에게든 좋은 약사로 기억될 것 같았다.

@ SK증권 서문수 이사(왼쪽)와 어머니. 'SRM 타운 발족식'에 참석하기 위해 찾은 사무실에서 잠깐 기다리는 동안 찍었다. 서 이사는 
SRM 타운 발족식 인사말에서 "내가 박사학위를 받고, 아직도 공부를 하는 이유가 내 잘 되라고 하는 거겠습니까. 다 여러분 잘 되라고 하는 겁니다"라고 했다. 그의 꿈은 영리한 청춘 100명을 키워내는 것이다. 그 100명엔 형도 포함된다.(깔때기 ㅋ)  서 이사를 키운 건 9할이 어머니고, 아버지다. 부모님께 잘 하자, 이것들아!  
 

#장면2
지난달 28일 오후 7시,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한 사무실에서 'SRM(Smart Risk Management) Town'이라 명명된 조직 발대식이 열렸다. 
이 자리엔 페이스북 그룹 'SRM 타운' 회원 1000여명 중 25여명이 참석했다. 형은 SRM 고문을 맡은 SK증권 서문수 이사의 초청으로 이 자리에 참석했다. 
서 이사는 이날 SRM 고문자격으로 40여분에 걸쳐 아주 재미난 강연식 인사말을 참석자에게 들려주었다.    
그 중 흥미로운 대목을 하나 옮겨보기면, 10억을 투자하면 100억으로 자산이 불어나는 때가 있었단다. 2000년대초 벤처 붐이 일었을 때다. 
당시 100억 정도 없는 사람은 사람 축에도 끼지 못했다며 서 이사는 너스레를 떨었다.
그러다 이렇게 일갈한다.
"그런데 어째 됐습니까. 그 돈 많던 사람들 흔적도 없이 사라졌지요. 10억에서 100억을 버는 건 쉽습니다. 그런데 100억에서 0원이 되는 건 더 쉽습니다. 눈 깜짝할 사이 그렇게 됩니다. 
100억의 가치가 50% 하락했다고 수중에 50억원이 남아있지는 않죠. 다른 변수에 따라 없던 50억원의 빚이 생겨날 수도 있잖아요."
형은 서 이사의 말 마지막 대목에서 '띵'함을 느꼈다. 맞다! 
자산가치란 건 100억에서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하면, 그것이 얼마든 내외부환경에 따라 하루 아침에 빚더미에 올라앉을 수 있는 거다!
 

#장면3
SRM 타운 발족식이 있기 하루 전(27일), 형은 생전 처음 별구경을 했다. 서울 서초구에 있는 예술의 전당서 하는 서울오케스트라 정기연주회를 관람했다. 이 공연에 초대해 준 분은 김희곤 한양대학교 공공정책대학원 겸임교수다.
페이스북 친구인 김 교수께서 26일 오후무렵, 현대판 통문通文을 페이스북에 띄웠다. '서울오케스트라 정기연주회 VIP석 2장, 두 분 모십니다.' 형이 페이스북을 열었을 때, 마침 김 교수의 통문이 뉴스피드 최상단에 위치했고, '얼씨구나'하며 신청했다.
그리하여 모인 사람은 총 4명. 2명이 더 늘었다. 피아노를 전공하는 여대생이 가로늦게 아쉬움을 토로하자, 김 교수께서 급조해 2장을 더 만든 거다. 이날 김 교수 일행까지 모두 6명이 즐겁게 감상했다. 
공연 뒤 학생들은 홀연 사라졌지만, 남은 4명은 저녁식사 겸 뒤풀이를 가졌다. 김 교수께서 책임져 주셨다. 형은 김 교수를 순전히 페이스북 친구로 만나 서울에 와 두 번째 자리를 함께했다. 
첫 만남엔 김 교수께서 강남에서 인도음식을 사주셨고, 이날은 한방오리고기를 사주셨다.
형은 김 교수 같은 어른을 주목한다. 내일모레면 환갑인 어른께서 청춘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세대간 소통에 적잖은 시간을 할애한다. 그게 아니라면 형 같은 이를 만날 이유가 없다.
김 교수는 국민체육진흥공단장을 지내셨다. 88올림픽을 성공리에 이끈 주역이다. 요즘은 2012년 평창올림픽 자문위원으로 무료봉사하며 불철주야 애쓰고 있다.
페이스북에선 단연 돋보인다. 격格 대신 어울림을 표방한다. '나꼼수'를 패러디해 '논현동 깔때기'를 자처한다. 실제 깔때기도 만만치 않다. 그런 김 교수와 있는 시간은 쏜살같다. 최근에 요런 사진(위 사진)을 페이스북에 올렸기에 이렇게 댓글을 달았다.

단장님 정체가 궁금해욤;; 북에서 특수공작 임무를 위해 스위스(?)에서 미모의 스파이에게 위조용 사진을 받은 뒤, 
세계 각국 정세를 파악하고, 저를 만날즈음 한국에 오신 게 아닌지요.
실 단장님과 두 번 만나는 동안 대한민국 생활이 익숙지 않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욤;; 
운전하는 솜씨라든지, 공연 가서 마음대로 총감독부터 불러 세운다든지, 
또 다양한 사진을 노출하면서 자신은 화끈한 남성, 신뢰를 주는 남성이란 이미지를 선수처럼 보여주는 그 날렵함... 
이 모든 게 단장님은 공작원 출신이거나 현직에 있음이 분명해 보여욤;; 완전 쪼셨죠!! 쿠히히;;;;

누군가는 내게 '아부 100단'이라고 너스레를 떨었지만, 단장의 답변이야말로 걸작이었다.
조직에서 노출된 선이라 짤리겠다 ㅠㅠ 조졌다.

오늘 형이 오랫동안 갈 길 못찾고, 시나브로 3불不(불평 불만 불안)이 가슴 한복판에 똬리를 튼 너희에게 전하는 메시지는 셋이다.
첫 장면의 약사처럼 약사가 되는 게 꿈이 아닌, 어떤 약사로 살아갈지를 정하라. 
두 번째 장면에서 서 이사께서 들려준 하루 아침에 빚더미에 앉는 구조를 반면교사反面敎師 삼아, 돈을 쫓지 말고 일을 쫓아 가라.
세 번째 장면의 김 교수처럼, 너희가 만나야 하고, 만나 볼 사람이라면 남녀노소를 떠나 위트있고, 열정적이고, 매사 신명나는 사람을 만나라.

@ 지난달 27일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서울오케스트라 정기연주회가 끝난 뒤 기념샷. 왼쪽이 형, 오른쪽이 김희곤 교수. V자를 먼저 그린 건 김 교수였다. 형은 어떨결에 V자를 그렸다. 사진을 받아보니 유쾌한 웃음이 절로 나왔다. V자 그리기를 잘했다 싶다. 


우리네 삶에서 꿈꾼다는 건 대단히 중요하다. 

꿈이 없다는 건 불행한 거다. 

갈 길을 모르는 데 무슨 힘을 어찌 쓸 것이겠냐.

하나 꿈이 있다면, 어떤 모습으로 살아갈지도 꿈꿔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그 꿈은 말짱 도루묵이거나 일장춘몽에 그치고야 만다.

형은 요즘 똑똑한 사람과 지혜로운 사람은 분명 다름을 많이 느낀다. 

삼성 같은 대기업에, 공히 1등 배우자감인 공직에 들어간들, 

들어가는 것만이 능사요, 목표가 되어선 안 된다. 

입사가 꿈이고, 그 꿈을 이룬 자는 똑똑한 자다. 

하나 들어간 뒤에도 자신의 이정표를 일찍 정한 자만이 지혜롭다 할 것이다. 

하니 어떤 공직자, 어떤 회사원이 될 지 숙고하라. 

그리고 이상과 현실이 다르더라도 네 뜻이 옳다면 그것을 끝까지 관철시켜라. 

세상을 바꾸고자 하는 이는 늘 외롭고, 쓸쓸하다. 

미국 독립선언을 이끈 벤자민 프랭클린은 일찍이 이렇게 설파說破했다. 

"일을 몰고 가라. 그렇지 않으면 일이 너를 몰고 갈 것이다." 

형은 기자로 한 5년 있으면서 족히 3천명은 만나보았다. 

하나 "저는 000을 위해서 공무원이 되었다" 혹은 "어떤 공무원이 되겠다"는 

주관을 가진 신출내기 공무원을 눈씻고 찾아도 찾지 못했다.

지혜로운 사람이 되어서 돈보다 사람과 일을 쫓아가라.

일을 쫓다 보면, 돈은 따라오게 되어있다.

사람은 김희곤 교수 같이 호방한 분을 주변에 많이 두어라. 

그 호방함이 뜨거운 가슴과 냉철한 머리에서 나온 건지 치밀하게 들여다 봐라.

그리고 그런 분이 맞다면, 네 인생의 평생 멘토로 삼아라. 

그 상대를 만난 곳이 어딘 건 별로 중요하지 않다. 

그런 사람을 만났다는 것이 중요하다. 

귀한 인연을 잘 살려가라. 

그러려면 네 인생부터 똑바로 살아라.

삿됨과 꼼수를 버리고, 강직하게 살아라. 

열정적으로 매사를 응수하라.

청춘답게, 그렇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