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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실에서 본 한양

[심지훈 문화칼럼] 결혼 단상2

#결혼 단상2
2주전 계약한 예식장을 예방하고 고민이 생겼다. 결혼식을 어떻게 치러야 하나. 일단 생각보다 홀이 컸다. 신랑신부 행진하는 라인이 객석보다 1m 가량 높았다. 자칫 공간을 잘못 활용하면 적지 않은 축하객에도 썰렁한 결혼식이 될 것 같았다. 요즘 결혼식이란 게 일종의 축의금 잔치 비슷하게 된 데다, 격식도 허물어진 지 오래라 식 진행도 참 고민거리다. 지난주에 어머님이 지인 딸 결혼식에 참석하고 오셔서는 "세상에 결혼식이 쇼더라, 쇼."라고 하시면서 주례도 없고, 신랑 친구가 축하노래를 부르고, 신부 동생과 그 친구가 춤을 추고, 신부까지 선글라스를 쓰고 춤을 추더라며 이렇게 전하는 거였다. 아버지가 계셨다면, 장소는 어찌할 수 없다하더라도 예식만큼은 점잖고 격식을 따져 했을 것이다. 나나 아내될 사람도 무슨 경연장 같은 분위기 속에서 결혼식을 올릴 생각은 없다. 아버지는 생전에 결혼식은 엄숙한 자리여야 한다고 유교적 사고로 이해하셨다. 그런데 작금의 결혼식이란 게 동양과 서양 믹스버전이 된 지 오래고, 취향에 따라 90% 이상이 서양식 웨딩마치를 따라하는 모양새니, 주례 모시고 엄숙한 결혼선서를 하고, 조용하게 퇴장하는 절차의 식은 굉장히 퇴보한 인상을 줄 수 있으리라. 흔들어야 볼거리도 제공하고, 신이라도 나서 객석에서 박수가 터져나올 것이니 먼 길 온 축하객들이 새 출발하는 신랑신부를 축하하는 데서 보람을 찾기보다는 그저 흥에 취한 데서 찾지나 않을까. 하여 더더욱 서양식 웨딩마치냐, 동양식 엄숙한 혼례방식이냐를 두고 고민을 아니 할 수가 없는 세태인 것이다. 예비신랑이 되어 가만 찬찬히 들여다 보니, 결혼식이란 게 혼주가 한복 입는 것과 폐백의식 말고는 죄다 서양식인 거라, 이 결혼식 절차를 따르자니 동물원의 원숭이가 된 느낌이고, 안 따르자니 참 별난 사람, 고루한 사람이란 인상을 줄 것 같아 고민고민이다. 아무튼 우리 둘 인생에 모범이 될 어른께 일단 주례를 정중히 부탁드렸고, 사회도 격식을 따져 방송사 기자로 있는 친구에게 부탁해 두었다. 아버지가 그리운 밤이다.
/2014.7.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