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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실에서 본 한양

[심지훈 문화칼럼] 속담 '꿩 먹고 알 먹고'의 탄생 비화

#속담 '꿩 먹고 알 먹고'의 탄생 비화

'꿩 먹고 알 먹고'란 속담은 그 옛날 척박한 화전을 가꿔 연명하던 강원도 산골에서 유래됐다. 어느 농부가 화전을 위해 수풀이 우거진 밭에 불을 질렀다. 오후나절 다시 밭을 찾아오니 잿빛 재와 함께 드넓은 화전이 몸뚱어리를 드러냈다. 만족한 농부는 후끈거리는 화전을 갈고리로 이리저리 정리해 들어갔다. 밭 한가운데를 뒤집고 들어가다 새까맣게 탄 꿩 한 마리를 발견했다. 먹거리가 궁한 시절이라 농부는 웬 횡재냐 기뻐하며 꿩을 집어들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꿩 아래 여나무개 꿩 알도 소복하지 않은가. 농부는 룰루랄라하며 알까지 챙겨 동네로 내려와 주민들과 조촐한 잔치를 벌였다. 막걸리를 한 잔한 노인이 흥에 취해 말하길, "이거 오늘 꿩 먹고 알 먹고일세 그려이!"라고 했다. 여기서 꿩 먹고 알 먹고가 나왔고, 오늘날 일석이조와 같은 뜻으로 쓰이는 것이다. 새끼를 지킨 꿩이 까투리(암꿩)인지 미투리인지 확실치 않다. 그렇지만 분명한 건 까투리는 다산을 한다는 사실이고, 꿩을 막론하고 모든 새는 알을 품을 때는 암수가 교대로 품으며, 어떤 위협에도 절대로 알을 떠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꿩 먹고 알 먹고의 속담을 탄생케한 꿩은 궁핍한 인간의 고마운 요깃거리가 되었지만, 숭고한 모성애를 보여준 희생의 상징이라 할 만하다.

/심보통2014.7.16


*채종성 님께서 "꿩은 암놈만 알을 품고, 알 품다가 사람이 옆에 가면 날아서 도망간다"는 의견을 주셨습니다. 참고하십시오. (2015.1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