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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실에서 본 한양

[심지훈 문화칼럼] 결혼 단상1

#결혼 단상1
지난 몇 주 결혼준비로 바빴다. 생각 이상으로 결혼비용이 많이 든다는 걸 알았다. 단 결혼 관련 업체의 법(?)을 따라간다면. 그래도 결혼박람회라는 곳의 상술에는 맞장구를 치지 않을 재간이 없었다. 신혼여행, 결혼반지와 한복은 결혼박람회에서 결정했다. 그 중에서 결혼반지와 한복은 각종 박람회 할인혜택에 디테일한 가격정보를 제공해 만족스러웠다. 상식밖의 비용을 치러야 하는 상황은 메이크업&드레스숍에서 발생했다. 패키지라는 이름 하에 이것도, 저것도 혜택이라며 총비용을 제시하는데, 그것은 일단 납득했다. 내가 상담원에게 물었다. "그래서 세부견적은 어떻게 되나요?" 신부드레스, 신랑턱시도, 메이크업 등 총비용에 대한 세부견적을 물어본 것이다. 그랬더니 상담사는 "신랑님, 신부님 드레스만도 400만원이 넘어요."라며 웃어보이며 "세부견적은 뺄 수가 없다"는 거였다. 이 얘기를 듣는 순간, 이건 완전 엉터리라고 생각되었다. 메이크업&드레스숍이 무슨 자선업체도 아니고, 제 아무리 각종 혜택을 소비자에게 제공한다고 해도 순전히 영리업체 아닌가. 그렇다면 세부견적을 소비자에게 제공할 의무가 있는 것이다. 결혼을 준비하면서 결혼시장이란 게 대개가 신부의 목소리에 귀기울이고, 신부의 선택에 의해 성업을 이룬다는 것을 알았다. 나 역시 아내될 사람이 일을 진행하게 하고, 나는 그 옆에서 지켜보았다. 나는 최종 가격에 대한 세부내역 그리고 제시한 각종 혜택을 계약서에 명시해 줄 것을 업체에 요구했다. 그런데 한결 같은 반응은 "이런 신랑은 처음"이란다. 그 뉘랑스는 꼼꼼함과 쪼잔함의 경계에 내가 있는 것 같아 적이 당황스러웠다. 하지만 결혼 관련 업체들은 일을 주먹구구식으로 했다. 짧게는 3~4개월, 길게는 1년전부터 결혼준비를 하는 예비 신랑신부를 앞에 두고 현란한 립서비스로 상품을 덥썩 물게한 뒤 계약서를 쓸 때에는 애매모호하게 상위항목만 적어줬다. 계약서에 명시된 할인혜택 말고, 립 서비스 중에 튀어나온 각종 할인혜택은 슬그머니 누락시킨다. 그러면 실제 반지를 맞추고, 한복을 맞추러 가서 우리가 3~4개월 전의 그 말의 성배를 그대로 마실 수 있겠는가. 그래서라도 꼼꼼히 적어두는 게 옳다. 한편 업체야 그렇다쳐도, 시집간 친구들에게 요모조모 정보를 들어 뭐가 좋다, 뭐가 낫다는 것은 알아도 그 좋다는 것과 그 낫다는 것을 어떻게 취할 것인지는 모르는 신부가 일반적이라는 사실 역시 알게 되었고, 더불어 상담사의 언변에 홀딱 빠진 신부는 그렇다쳐도 멍하게 '어, 어'만 하다 돌아오는 넋나간 신랑이 태반이란 것도 알았다. 결혼 관련 업체는 한 가정을 이루는 대사에 화려한 말만큼이나 꼼꼼한 일처리를, 신혼의 단꿈에 빠진 나머지 이성의 벽을 허물어 버리는 신부는 정신줄을 좀 챙기시기를, 좋은 게 좋은 거라는 식으로 침묵과 동의만 하다 어처구니없는 소비의 공범이 된 신랑은 구경할 땐 슬슬, 계약서 쓰기 전에는 촉각을 세워 주요 키워드를 발췌해 업체에 혀를 찌르고, 신부에게 인정받기를...
/2014.7.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