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자협회장 선거 사상 첫 직선제로 치르다.'
이에 따라 올해 한국기자협회장 당선자에게는 축복이 따랐다.
'2011년 12월 6일 사상 처음으로 직선제로 치러진 제43대 한국기자협회장에 000 기자가 당선됐다.'
'000'의 주인공은 CBS 박종률(사진) 기자다. 박 신임 회장은 내년 1월1일부터 2년간 기자협회를 이끌게 된다.
6일 기자협회에 따르면 박 회장은 전체 투표자 4881명 가운데 2122표(득표율 44.3%)를 얻어 당선됐다.
박 당선자는 1992년 2월 CBS에 입사해 사회부, 정치부, 문화부, 경제부와 워싱턴 특파원을 지냈다.
이번 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사람은 모두 3명이다. 지역기자 2명과 박 당선자. 어제 발표가 나고 잠깐 한솥밥 먹었던 A선배의 자조섞인 독백獨白이 내 눈길을 잡았다.
선배는 넋두리하듯 자판을 두드려 올렸다.
조금 놀랐다. 이번 선거 결과를 지역 차별, 지역 불균형으로 호도糊塗하는 듯한 인상을 받아서다. 그리고 가만 생각해 보니, 선배의 입장에선 그렇게 볼 수도 있겠다 싶기도 했다. 그럼에도 너무 비약飛躍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은 지울 수 없었다.
이번 선거 출마자 중에 필자가 눈여겨 본 사람은 이 선배와 한솥밥 먹는 분이었다. 바로 매일신문 서명수 서울정치부장이다. 필자는 이 분과 일면식 없지만 최근 페이스북으로 소통을 좀 하게 됐다.
담벼락 글을 보고 나름의 확고한 철학, 그러니까 기자로서 사명감이 남다르다는 데 호기심과 매력을 느꼈다. 어쩌다 보니, 며칠 새 서 부장의 안주인과 더 친밀감을 느끼는 상황이 됐다. 결과적으로 서 부장은 낙마했고, 오늘 만나기로 했다.
결과를 떠나 어떤 분일까, 궁금했다. 선거가 막바지로 접어든 6일 오후, 필자는 페이스북 담벼락에 서 부장 담벼락에서 사진을 퍼와 걸고, 아래 글을 남겼다.
내 기氣는 먹혀들지 않았다. 안주인처럼 천심天心을 다하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그쪽 세계는 정치 세계 다름 아니다. 오죽하면 "국회로 가는 지름길 중 하나가 한국기자협회장이 되는 것"이란 말이 나왔겠는가.# 기호 3번인 사내 이야기
우연히, 아주 우연히 펫친구가 됐다.나는 현직에 있을 때,타사 기자와 밥을 하지 않았다.가급적 어울리지 않았다.처음으로 고백하는 건데,수습시절 대구 기자들 모습이완전 '양아치처럼' 보였다.내가 수습할 때만 해도낮술이 돌았다...아직도 기억이 나는 건고참 선배가 술을 과하게 하면타사 후배가 기사를 챙겨주었다.나는 그 모습 보고'대구 기자를 싸잡아'기자로 취급하지 않았다.독고다이만 했다.그런 와중에 나에 대한안좋은 소문이 돌았다.수습이 건방지다, 싸가지 없다...뭐 그런 얘기였다.이것은 내가 그들을 더더욱 인정할 수 없는결정적 이유가 됐다.두번째 내가 타사 기자와 어울리지 않은 이유는,대구 언론 풍토가 방송기자보다 신문기자 값어치가월등히 높게 평가되고 있다는 사실 때문이었다.내 눈엔 기자는 뭐니뭐니해도 신문기자가 기자의 정석이다.신문기자가 죽을 똥 살 똥 해가며 취재해 기사를 양산해 내면꼴랑 수십초간 앵무새처럼 읊는 게 방송기자 아닌가!조중동 기자가 방송 3사 기자를 기자로 인정하지 않는 이유도나와 비슷한 생각 때문이라고 나는 알고 있다.
이 분 사진을 걸면서 사설이 길었다.내가 신문사에 있었다면,이 분을 알아야 할 이유도알고 싶지도 않았을 것이다.
나는 내가 몸담은 직장이 최고여야 한다고 생각하고 살았고,그러기 위해 정말이지 죽을 똥 살 똥 뛰어다녔다.그런데 이제 내가 얽매일 사정은 없어졌다.나는 자유인이고, 알고 싶은 사람이 생겨났다.
이 분은 오늘 이 시간 현재,피가 바짝바짝 바를 것이다.한국기자협회장에 출마, 경쟁자 2명과 진검승부 중이다.오후에 투표가 마감되고, 결정나겠지...
우연히, 정말 우연히 펫친이 되고어떤 기자인지 궁금해 담벼락을 훔쳐보았다.글 몇 개 봤는데,상당히 철학적이어서 매력적이었다.그래서 만나야겠다고 생각했다.메시지를 보냈고, 선거 끝나면 소주 한 잔하기로 했다.영남일보 송국건 서울 정치부장도 멋진 사나이지만,매일신문 서명수 서울 정치부장도 만만찮은 사나일 것 같다.
무릇 큰 일 할 사람은 철학이 있어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그것이 개똥 철학이라도 좋다.철학은 묵은지처럼 오랜 세월이 지난다고 자연스레 되는 게 아니다.철학은 세월이 감과 함께 치열한 사색과 부딪침 뒤에 정립의 과정을그쳐야 비로소 세워지는 것이다.
고로 나는 서명수 부장께서 한국기자협회장이 됐으면 좋겠다.지역신문 출신으로는 처음이다. 새 역사의 주인공이 되시길 바란다.나의 기氣 드린다. 팍팍!!
@ "기자는 사실의 정글에 사는 까칠한 동물이다"는 카피는 아무나 내놓을 수 없다. 그의 내공이 상당함을 느낀다.
실제 역대 기협회장 중 몇이나 정치판으로 갔는지는 모르겠다. 필자의 관심 밖이라 알아보지 않았다. 필자의 관심사는 향후 대한민국 지역언론의 향방과 대한민국 언론의 향방이다.
지역언론, 특히 지역신문은 매우 어렵다. 전국지라고 사정이 다르지 않다. 조중동매경이 대주주로 참여한 종편채널이 개국한 이튿날, 중앙일보 배명복 순회특파원은 이런 고백을 했다. 필자가 보기엔 의도적인 고백으로 읽혔다.
한 대목을 옮긴다.
40년 경력의 언론인 출신인 그는 올 초 프랑스 일간지 ‘프랑스 스와르(France Soir)’의 사징직 제의를 받았지만 고사했다고 고백했다.
“침몰할 배에서 시간을 허비하기엔 남은 인생이 길지 않다”고 그는 말했다.프랑스 스와르는 한때 프랑스에서 제일 잘나가는 신문이었다. 전성기 때는 하루 150만부를 발행, 유럽 대륙 최대 발행부수를 자랑하기도 했다. 지금은 9만부로 쪼그라들었다.
법정관리를 거쳐 지금은 러시아 재벌인 알렉산드르 퓨가체프 소유로 넘어가 있다. 최근 퓨가체프는 부채를 떠넘기는 조건으로 단돈 1유로(1520원)에 신문을 매각하겠다고 처분의사를 밝혔다.
매달 100만 유로씩 쌓이는 적자를 줄이기 위해서 인쇄를 중단하고, 인터넷 판으로만 발행한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67년의 프랑스 르와르는 그렇게 사라질 운명에 처했다. 종이신문의 위기는 프랑스만의 문제가 아니다. 세계적 현상이다.
어제 JTBC를 비롯해 종편 4사가 일제히 개국했다. 각자 여러 명분을 내세우고 있지만 공통점은 위기를 맞은 종이신문들의 생존 전략이란 점이다.
/중앙일보 2011년 12월 2일자, 분수대, "침몰할 배에서 시간 허비하기엔 남은 인생 길지 않다" 중
전국지가 사정이 이렇다면, 지역지는 볼 것도 없다. 이런 극한 상황에서 한달 전쯤 만난 메이저 신문 국장 출신의 대선배는 필자에게 이렇게 일러뒀다.
"귀하는 다시는 기자하지 마시오. 종이신문은 '거지산업'이오!"
처음에는 필자 귀를 의심했다. 이 양반이 지금 무슨 소릴하고 있는 건가 싶었다. 중앙지 국장까지 지낸 분이 할 소린가 싶었다. 저간의 사정을 들어보니, 필자를 아끼는 마음에 진심어린 충고를 해 준 거였다.
필자는 1년전 신문계를 떠났다. 떠나면서 다시는 언론쪽으로 뒤돌아보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하나 쉬는 동안 두어군데 면접을 봤다. 중앙지여서 봤다. 사정이 다를까 싶어 호기심이 동했던 거다. 필자가 직접 확인한 사실은 중앙지라고 더하면 더했지, 덜하진 않다는 거였다. 먹고 살기 위해 발버둥치는 모습, 말이다.
이러한 때 지역지 입장을 대변할 깜이 되는 사람이, 입장을 대변할 자리에 가면 얼마나 좋을까. 지성과 인품은 1등급인데, 박봉에 늘 덜미 잡히는 숱한 후배들을 생각하면 그런 마음 퍽 든다. 자본에 점령당한 언론시장에서 정론직필, 불편부당을 입밖에 꺼내는 건 부처님전서 마음에도 없는 경을 읽는 것과, 또 오르지 못할 산을 오기로 오르는 것과 같다.
앞으로 지역신문은 사계절 내내 시베리아 벌판에 서있게 될 것이다. 혹독한 시련을 맛볼 것이다. 그러면서 영세한 신문부터 하나 둘 쓰러질 것이다. 지역의 1등 신문만 살아남을 것이다. 하나 그땐 이미 지금 규모의 반에 반으로 쪼그라들어 있을 것이다.
지난 2009년 치러진 42대 기협회장 선거에선 1대 1 매치였다. YTN 해직기자와 지역기자가 맞붙었다. 당시 지역기자 출신 후보의 자질론이 지역에서조차 불거졌던 기억이 있다. 당시엔 대의원이 선거권을 가졌다. 서울이 169명, 지역이 171명이었다. 통상 대의원은 기자협회 지부장과 기협 간부가 맡는다. 그동안 이들을 상대로 정치(Lobby)를 잘하면 당선은 따논 당상이었다.
문제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전혀 폐쇄적이지 않아야 할 언론이 기협 선거에서는 '먹통 선거제'를 수십년간 고수해 왔다. 이번 선거는 그 문제를 넘으려는 방편이었을 것이다. 하나 얼마나 공명정대한 선거였는지는 알 길이 없다. 어쨌든 게임은 끝났고, 패자는 깨끗이 승복할 일이다.
오늘 서명수 부장은 낙선 인사차 대구를 방문했다. 필자는 "마땅히 잘 하시는 일"이라 했다.
다음주 만날 것인데, 서 부장이 필자와의 '직격인터뷰'에 응해주면 좋겠다.
기협 선거판을 궁금해하는 독자가 적지 않다.
[미디어窓] 플러스
지난 6일 다음 포털에 '마실사회학닷컴'으로, 오늘은 네이버에 '마실사회학'으로 블로그가 등록됐다. 일정의 심사과정을 그쳤다.
네이버는 이 블로그 카테고리를 '미디어 이슈, 지식, 희망칼럼, 저명인사 인터뷰 등 수록'으로 입력해 놓았다. '저명인사 인터뷰'에 적잖은 부담을 느꼈다. 왜 하필...
서 부장을 첫번째 인터뷰이로 모셨으면 좋겠다. 박종률 기협회장 인터뷰도 따야겠다.
기자를 관둔 인사가 '참 별꼴이다' 그럴 분도 있을지 모르겠다.
마지막 떠오르는 사족 하나.
KBS 해피투게더 김성민 PD와 점심하러 가 "맛있는 거 묵자. 네가 좋아하는 거 골라봐라"했더니, 김 PD가 그더더라.
"형, 기자한텐 접대해야지.(농담조로)"
"형 기자 관뒀잖아.(진지하게)"
"블로그도 1인 미디어야. 파워블로거 될 거잖아."
결국 김 PD에게 밥을 얻어먹었다.
얼마 뒤 그의 결혼식에 갈 형편이 안 돼 KBS를 찾아 현직 때 마지막 작품인 '사람이야기'에 부조금과 카드 한 장을 끼워줬다.
그 친구도 개편으로 정신 없고, 필자도 갈 길 바빠 용무만 보고 왔더니, 오후에 메시가 왔다.
"형, 뭘 이렇게 많이 넣었어. 완전 감동이야! 좋은데 쓸게."
카드엔 결혼 축하말과 함께 "KBS 네가 먹여살리겠단 정신으로 일하라"고 적었다.
동생한테 밥이나 얻어먹고 다니기엔 아직 필자가 짱짱하다.
필자가 공히 기자라서 대접받은 게 아니라, 그 친구 마음이 못내 고마워서 받은 것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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