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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실사회학.com/미디어 프리즘

[미디어窓] 부산일보 휴간사태

대한민국 언론계 종사자와 국민 상당수가 종편 개국에 온 신경을 쏟고 있을 때, 부산에선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11월의 마지막 날, 부산일보는 휴간休刊했다. 군부軍部 시절도 아닌데, 뜬금없는 휴간소식은 종편에 쏠린 이목耳目을 좀은 돌려놓았다. 

어젯밤 부산일보 홈페이지는 작동을 멈췄다. "내부 사정으로 뉴스 제공을 못했다"며 독자의 이해를 구하는 알림 세 줄만 떠있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 2011년 11월 30일 자정무렵 접속했을 때, 부산닷컴 상황. 

오늘자(12월 1일) 부산일보는 이렇게 전한다. 

1면 머리기사('부산일보 제2의 편집권 독립 운동<아래사진 참조>')와 2면 해설기사로 저간의 상황을 설명했다. 발단은 노사갈등이었다.

사측은 이날(1일)도 "1면과 2면 기사 내용이 노조 편향적"이라며 신문발행의 중단을 지시했지만, 편집국과 노조는 사측의 요구를 거절하고 신문발행을 강행했다.

먹통됐던 '부산닷컴(http://www.busan.com/)'도 정상 운영됐다.

사측은 사장 선임제도와 관련 불법적인 노조활동을 했다는 이유로 이호진 노조위원장을 지난 29일 면직 통보했다.

이어 정수재단 사회환원 촉구 기사를 지면에 게재한 이정호 편집국장에 대해 30일 대기발령 처분을 내렸다.

편집국은 이날 오전 제작회의에서 '이정호 편집국장 중심으로 신문제작을 계속한다'고 결의한 뒤 신문발행을 단행했다.

이에 대해 사측은 "대기발령을 받은 편집국장은 업무에서 손을 떼는 것이 마땅하고, 권한도 없는 편집국장이 신문제작을 강행한 것은 묵과할 수 없는 일"이란 반응을 보이고 있다.

매일신문(http://www.imaeil.com/)에 따르면 정수재단의 완전한 사회환원과 사장선임 문제를 둘러싸고 벌어진 이번 부산일보 사태는 내년 총선ㆍ대선을 앞두고 일어난 데다 노사 양측이 한치의 물러섬도 없이 대치하고 있어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 2011년 12월 1일자 부산일보 1면. 휴간 하루만에 재간되면서 하루 결간으로 그쳤다.  
 
부산일보 사태는 단순한 노조 갈등으로 치부, 밥그릇 싸움으로 인식돼선 안 된다. 오늘날 지역신문 환경에 비추어 보면 그렇다. 다수의 지역신문은 경영난에 허덕이고 있다. 인터넷 시장의 급성장과 광고시장의 침체기란 두 복병을 만나면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편집국의 기능이 자본에 기생하면서 빠르고 심각한 수준으로 마비되어 가고 있다. 뭇사람이 지역신문 기자를 통칭해 '브로커'라고 비꼬거나, 지역신문 기자 스스로 '앵벌이'라 자조하는 게 요즘 지역언론의 참담한 현실이다.

이런 와중에 정론직필과 불편부당에 분노하는 기자는 세상물정 모르는 철부지로 취급받기 십상이다. 좋은 게 좋은 거라는 식으로 노사가 적당히 합의보고 서로 불편한 것은 알아서 눈감아주는 세상이다. 언론이 이 모양인 것은 불행이지만, 뾰족수가 없어 보인다.

그런 면에서 부산일보가 편집권의 독립을 놓고 사측과 정면승부를 거는 모습에서 전직 기자로 희망을 본다. 퍽 반갑고 격려한다. "잘 했다"고 전화라도 해주어야 할 것 같다.

편집국의 편집권이 훼손되면 그 신문은 끝장난 거다. 있으니만 못한 신문이 된다. 자립할 수 없을 만큼 타 자본에 깊숙히 기생하는 신문은 반드시 사라져야 한다.

종편 개국을 맞아, 폐국 경험이 있는 Jtbc와 채널A는 적잖은 시간을 옛날 이야기로 채웠다. 1980년 전두환은 언론인 출신 허문도를 앞세워 언론통제 지시를 내린다. 허문도는 한 도시에 1개 언론사만 남겨두고 전원 폐간폐국키로 한 '1사社1도道'를 기획하고 실행에 옮긴 장본인이다. 
그는 훗날 5공 인사 청문회에서 이에 대해 "사이비 기자를 원천봉쇄하기 위한 조치였다"고 항변했다. 

오늘날 사이비 기자와 참 기자를 가늠하는 건 어느 때보다 어렵게 됐다. 환경적으로 기자가 기자답게 살아가기 어렵기 때문이다. 전국지 기자라고 사정이 나은 건 아니다. 김두우(중앙), 신재민(조선)을 보라. 인격의 문제일 수 있지만, 조중동 외엔 종이신문 기자는 불우하고, 불행한 삶을 이고 갈 수밖에 없다. 끊임없이 '정론직필과 밥벌이' 사이에서 위험한 줄타기를 할 운명에 처했다.    

한편, 부산일보 지분 100%를 소유, 사장에 대한 선임권을 갖고 있는 정수재단은 5ㆍ16장학회가 전신이다. 2005년 박근혜 전 대표가 재단 이사장에서 물러난 뒤 현재 박 전 대표의 측근인 최필립씨가 이사장을 맡고 있다.
 

@ 당초 2011년 11월 30일자에 발행키로 한 부산일보 노조 갈등 기사 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