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1년 살던 이야기-(2) 서울이 좋은 도시라면
서울이 좋은 도시라면, 그건 사람이 많아서다. 인간세상은 기본적으로 사람이 많으면 절로 흥하게 되어 있다. 많다는 기준이 다 다를 수 있겠지만, 서울은 사람이 많아도 너무 많다.
그런데 참 우스운 현실은 순수 서울토박이는 서울인구 중 30%가량이라는 것이다. 나머지 70%는 전국 각지에서 유입된 인구다. 고향에선 유출인구로 계산되는 수다. 이러니 대한민국은 서울공화국이란 비아냥도 나오는 것이다.
그런데 서울은 매력적인 도시다. 조선왕조 500년간 한양은 굳건한 수도였다. 전통과 역사가 오롯이 숨쉬는 대한민국의 중심부다. 그러니 서울이 흥하는 것은 당연지사다.
1970~80년대 산업화 시대 서울은 성공의 담보처였다. 몸뚱아리를 굴려 돈을 벌 수 있고, 또 바지런을 떨면 남들보다 입에 풀칠 걱정을 일찍 덜 수 있었다.
서울은 그래서 만인의 드림시티다.
그런데 말이다. 세상은 변했다. 얼마만큼 변했느냐. 우리가 사는 곳이 어디인가보다 어떤 정신을 갖고 사느냐가 더 중요한 세상으로 변했다. 나는 그것을 확신한다. 반나절이면 서울 출장이 가능한 시대, 상대적으로 좀은 부족해도 마음만 먹으면 서울에 버금가는 문화생활을 향유할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
그런데도 젊은이들은 저마다 서울로, 서울로를 외치고 있다. 대한민국 외관이 얼마나 천지가 개벽했는데도, 외치는 캐치프레이즈는 80년대에 머물러 있다. 나는 그게 안타깝고, 가슴 아프다.
왜 대구에는 대구 주커버그가 없을까. 김천에는 왜 김천 주커버그가 없을까. 왜 인재는 서울에만 득실대는 것으로 비칠까. 나라 사랑하는 마음이, 고향사랑하는 마음이 눈꼽만큼도 없어서다.
나는 여태 제 고향발전을 위해서 고향에 남겠다는 짱짱한 20대를 보지 못했다. 마찬가지로 나는 여태 내 고향 발전 위해 공직자가 되겠다는 사람을 보지 못했다. 더더군다나 대한민국을 후대에 더 아름답게 물려주기 위해 어떤 직장을 갖고, 어떤 직업을 갖는다는 젊은이들을 만나보지 못했다. 모두가 제 영달을 꾀히고, 제 출세를 위해 거침없이 질주한다.
그런 자들이 우리나라를 이끈다? 나는 공부머리와 사회머리는 다르고, 인품이 훌륭한 사람은 똑똑한 것과 무관하게 존재한다는 것을 익히 알고 있다. 그건 어른들도 알고 있다.
다만 경우 수의 게임에서 똑똑하고, 잘나면 출세길이 보장되는 것도 알고 있다.
하나 어느 부모가 너의 재능을 고향에 와서 발휘하고 살았으면 좋겠다고 가르치는 부모를 나는 만나보지 못했다. 아이들도 나이가 들면 부모의 생각에서 빗겨나 있기도 하다. 하나 부모의 가르침이 옳다면 아이들이 자라 알아서 나라 걱정을 하게 되어 있다.
그런데 엉망이다. 무상교육, 무상복지를 공약으로 내걸었다고 대통령을 찍겠다는 것은 뭐랄까, 속물근성이 바탕에 깔려 있기 때문이다. 심하게 말하면 그건 거지근성이다.
이 나라를 키운 부모, 조부모 세대의 업적과 공은 부정하면서 무턱대고 나한테 이득되는 공략을 쏟아내는 사람을 대통령으로 못 앉힌 것을 한탄하는 젊은이들에게서 우리는 무슨 희망을 보고 가야할 것인가.
하나 이 현실의 비난은 애오라지 기성세대의 몫이다. 집 단속 잘못한 부모 하나하나의 잘못이다.
나는 멀찌감치 인터넷으로만 보던 광경을 서울에 살면서 시청광장에서,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심심찮게 보았다. 예술의 전당에서 오케스트라 협주를 보면서 박수칠 때를 알지못해 지휘를 방해하는 촌스러운 서울 사람도 숱하게 보았고, 지하철에서 애고 어른이고 육두문자 섞어가며 삿대질하는 사람들도 직접 보았다.
그리 보면 사람 사는 거 별 거 없다. 서울 가봐야 별 거 없다. 현재 것을 귀하게 여기고, 즐길 줄 아는 사람이 좋다. 내가 본 서울에는 경상도 말로 속빈 강정 천지삐까리다.
내가 생각하기에는 올곧은 정신머리 박힌 젊은이라면 고향으로 돌아갈 날이 미래타임에 박혀 있어야 한다. 사람답게 사는 세상은 제 역할을 적재적소에서 충실할 때 만들어진다. 우리는 얼마나 적합한 곳에서 제 끼를 발휘하고 있는가.
10명 중 7명이 서울에 있다는 건 기형적인 모습 아니랄 수 없다.
'마실사회학.com > 마실에서 본 한양'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심지훈 문화칼럼] 서울에서 1년 살던 이야기-(4) (0) | 2013.02.14 |
---|---|
[심지훈 문화칼럼] 서울에서 1년 살던 이야기-(3) (0) | 2013.02.14 |
[심지훈 문화칼럼] 서울에서 1년 살던 이야기-(1) (0) | 2013.02.14 |
[심지훈 문화칼럼] 묘한 인연 (0) | 2013.02.13 |
[심지훈 문화칼럼] 신묘한 소나무 문인송 (0) | 2013.02.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