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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실사회학.com/마실에서 본 한양

[심지훈 문화칼럼] 서울에서 1년 살던 이야기-(4)

#서울에서 1년 살던 이야기-(4) 서울이 좋은 도시라면

서울이 좋은 도시라면 기가 막힌 전시회가 많아서다. 인사동으로만 다리품 팔아 가도 무료관람 전시가 천지다. 돈 만원 안쪽이면 하루종일 전시 작품과 데이트해도 좋다. 



지구에서 본 하늘전, 아래 네 사진은 그림이 아니라 실경이다. 하늘 위에서 앵글로 포착한 모습이다.


2012년에 내가 본 전시 중 베스트 2를 꼽으라면 이해 4월 삼성 리움전시관에서 열린 '서도호 전'과 2월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린 '지구에서 본 하늘전'이다. 

서도호 전은 영화 <건축학 개론>이 인기를 얻으면서 관객몰이에 성공했다.(영화와 무관하게 작가 서도호는 이미 유명세를 톡톡히 탄 작가다.) 

젊은 관람객이 전시회를 그만큼 많이 찾는 것을 나는 일찍이 보지 못했다. 

우리 전통 가옥을 천으로 승화시킨 서도호의 작품에선 아이디어와 그 정성에 탄복하게 된다. 

1년 365일 중 360일을 세계로 떠돌아 '문화 유목민'이라 불린다는 그는, 우리 것을 세계화의 어느 반열에 올려놓았다는 점에서 대한민국 '미술계의 외교관'이라 할 만하다. 

우리 전통 한옥을 천으로 정교하게 만드는 작업 뿐 아니라, 그가 살았던 베를린의 방도 한옥을 살려내는 방식으로 살려냈다는 점에서도 그렇다.

서도호 '집속의 집' 전, 자신이 살던 서울 집 한옥을 천으로 재현한 것이다.


또 영상과 작품과의 콜레보레이션 전시도 여느 전시회와는 달리 관람객의 발길을 오랫동안 부여잡는 것도 특기할 만하다. 


새가 날아들고, 햇살이 비추고, 대나무가 쑥쑥 자라고, 함박눈이 내리는 등 사계가 빈 프로젝트와 어울려 표현된다. 가장 한국적인 장면이 현란하게 재해석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지난해 내가 서울에서 본 작품전 전 중 베스트 오브 베스트과 온니 원(Only one)은 '지구에서 본 하늘전'이다.

'지구에서...'는 작가의 시선이 충격적이게 신선하다. 하늘 위에서 세계 곳곳을 사진으로 찍었다. 

나는 어쩌다 신문사진을 보고 '참 좋다'고 느낀 것을 오려다 한참을 책상 한 모퉁이에 붙여놓고 본 일이 있지만, 그 좋다고 생각했던 사진은 '지구에서...'가 보여주는 사진에 비하면 조족지혈이었음을 알게 됐다. 

이 사진전의 사진 한 장 한 장은 뇌를 때린다. 주제도 묵직해 때론 가슴 한켠을 쑤시기도 한다. 환경, 인류애가 속속들이 등장하며 가슴을 후벼파는 것이다. 

내가 한 번도 상상하지 못했던 장면과 장면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면서 '우와, 우와'가 연발된다. 

하나의 이미지는 백 글보다 메시지 전달이 뛰어나다는 말이 무엇인지 또한번 절감하는 순간이 '지구에서...'다.

그런데 서도호 전과 '지구에서...'는 놀라움에 대해서 명징한 구분이 가능하다. 

서도호 전이 우리 것을 세계화했다는 점에서 대견함(?)- 그것으로 인한 놀라움이라면, '지구에서...'는 내가 앞서(서울에서 1년 살던 이야기 1,2,3 참조) 누차 얘기했던 문화의 상대성에 대한 경이로움을 목도하는 순간에 따른 놀라움이다.

지구는 둥글어도, 그 속 세상은 천차만별임을 직간접적으로 보고 느끼는 순간 우리의 입은 다물어질 수가 없는 것이다. 

'한국에서 본 하늘전'은 스페셜 섹션으로 별도로 마련됐는데, 그 모습은 우리에게 너무나도 익숙해 큰 감동을 선서하지 못한다. 

하나 외국인의 눈으로 우리 대한민국의 하늘 모습은, 내가 이방인이 사는 하늘 아래 모습을 보면서 감탄사를 연발했듯 그들도 나와 같게 하나 그들 방식으로 '뷰티풀' '원더풀'을 연발했으리라.

그게 문화다. 하나 거기에 우월성을 포장한다면 그건 속물근성의 태동이다. 문화는 그저 문화일 뿐이다. 생경함과 신선함에 대한 놀라움 딱 그 정도면 족하는 게 문화의 본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