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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실에서 본 한양

[심지훈 문화칼럼] 아첨에 대하여

#아첨에 대하여
아첨은 나쁜 것. 우리는 이렇게 배웠다. 
그런데 당태종의 일대기를 다룬 <정관의 치>를 보면 아닐 수 있다고 주의시킨다.
당태종도 두려워한 양신 위징의 말을 통해서인데, 보자. 
"...인형을 조각할 때, 우선 코를 크게 만들어 두는 것이 좋으며 눈은 되도록 작게 만들어야 합니다.
큰 코는 언제든지 깎아서 작게 할 수 있지만 작은 코를 덧붙여서 크게 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또 작은 눈은 언제든지 도려내어 크게 할 수 있지만 큰 눈을 작게 만들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이 말은 환혁이란 분의 이야기입니다. 그분은 현실에 대한 정확한 인식을 지적하고자 이 말을 하고 있습니다.
남에게 아첨하여 이익을 구하는 것은 악덕이라고 하는 주장이 있습니다. 그 말이 옳을 때도 있겠습니다만 그렇지 않을 때도 있습니다.
윗 사람에게, 임금에게 진언하고자 할 때 아첨이란 진언하고자 하는 내용보다 더 필요한 조건이기도 합니다. 현실이 그렇다는 것입니다.
모름지기 도를 닦는 사람이라고 해서 현실을 떠난 생각으로 살아갈 수는 없습니다. 우리처럼 인민들의 곁에서 실제로 인민과 접하며 살아가는 경우는 더욱 그렇습니다.
현실의 일처리에 있어, 인형을 조각할 때처럼 이치를 헤아린다면 실패를 최대한으로 줄일 수 있을 것입니다."
위징의 말인즉슨, 아첨은 지혜의 그중 친한 친구일 수 있다는 말이다.
/심보통2014.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