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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탱자나무의자(심보통 1979~)


#탱자나무의자(심보통 1979~)


집사람 내게 준 두 분
사시는 경주시 동천동에는
정자횟집이라고 있다.
그곳에는 정말 사철 정자가 있고
열일곱살 된 탱자나무의자 열두 형제가 
아담하게 정겨웁게 손님을 반긴다.
손님들은 정자 아래에 삼삼오오 모여앉아
가자미, 아나고, 가오리 회를 먹기도 하고
탱자나무의자 형제들과 몸을 부비며
오징어, 낙지, 초밥, 물회를 먹기도 한다.
탱자나무의자 열두형제는
2008년 경주시 현곡면에서 태어났는데,
뿔ㅡ머리ㅡ척추ㅡ팔ㅡ다리가 
저마다 개성 있게 매력있게 생겼고,
뼈(가지)ㅡ살(두꺼운 가지)ㅡ옷(방석)도 
같은 어미 배 속에서 나왔어도 
어쩜 저리 다를까 싶게 신통방통하게 생겼다.
이 녀석들 중 맏이는 어떤 놈일까.
조금만 관심있게 훑어보면 금방 안다.
식당 안쪽 카운트 바깥쪽에 놓인 
오른쪽 뿔이 하나 없는 녀석이 첫째다.
그 녀석은 손님들이 계산하기 불편하지 않게
쭉뻗은 뿔 하나를 기꺼이 희생했다.
집사람 내게 준 두 분이
안내한 경주시 동천동
정자횟집에서
나는
나는
아내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나는 맏이 땡자나무의자처럼 
아내에게
희생하고 배려하고 살았나.
슬그머니 아내 숟가락 위에 초밥 하나 
간장 찍어 올려놓는다.
정자 천장엔 별들이 반짝거린다.
아, 탱자나무의자 형제들처럼 사이 좋은 밤.
/심보통 2015.12.19 경주 처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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