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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낙엽 하나(심보통 1979~)


#낙엽 하나(심보통 1979~)

그거 아니
깊은 산속 4월은 

한창 가을 끝무렵이란 거
낙엽 지고, 하얀 눈이 내리면 
가을은 끝났다고 하지만
아니야 아니야 절대 아니야
궁싯거리다
홀연 바람을 타고 
염주 위로 날아든 녀석을 봐봐
빠짝 마른 단풍잎은
여태 죽지 않고 팔팔하게 살아 있는 거야
삶과 죽음은 이상한 경계지움
죽은 자는 말이 없고
산 자는 말을 낳지
말이 없다고 죽은 게 아니고
말이 많다고 살아 있는 게 아니야
염주 위로 날아든 녀석을 봐봐
여적 쌩쌩 날아다녀
나뭇가지에 매달린 채 간들거릴 때보다도 더.
/심보통 2015.1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