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마음(심보통 1979~)
애틋한 불자인 엄마는
직지사 운수암 산왕각에서
3배를 올리고, 108배를 올릴 때마다
촘촘하게 앉은 작은 불등 자리가
신경 쓰였을 것이다.
맨 처음에는 외할매도, 아빠도
누나도, 형도, 나도
그리고 형수도, 집사람도
빠져 있었을 것이다.
돈 3만원 주어야 올릴 수 있는 등도
엄마는 아무도 올려주지 못함을 애석해하며
자그마한 돈이 생길 때마다
하나씩, 둘씩 올려 놓았을 것이다.
엄마는 엄마의 엄마인 외할매를
제일 먼저 모셨을 것이다.
외할매의 가련한 인생을
딸로서, 같은 여성으로서
애닯게 이해하고 품으려 했을 것이다.
그 다음, 엄마는
형을 올리고, 누나를 올리고, 나를 올렸을 것이다.
강인하고 당신 단도리에 억척스러웠던
아버지는 맨 마지막에 올렸을 것이다.
무던한 엄마는
첫째며느리를 집안에 들였을 때,
무척 기뻤을 것이다.
그때 첫째며느리 자리를 바로 마련했을 것이다.
그다음 둘째며느리를 맞이하고,
그 자리도 거뜬히 마련했을 것이다.
하나 엄마는,
첫째며느리 등불을 놓을 때,
외할매를 떠올렸을 것이다.
둘째며느리 등불을 놓을 때,
아빠를 떠올렸을 것이다.
비워진 두 자리가 다시 채워졌을 때
엄마는, 감사함을 느꼈을 것이다.
엄마는,
평생을 낳고 길러준 외할매를 위해,
웬수 같아도 늘 듬직하게 지켜준 아빠를 위해,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자식 셋을 위해,
그리고 아들들의 아내들을 위해,
3배를 올리고, 108배를 올렸을 것이다.
엄마 마음 속에 경건한 등불을 켠 채
엄마는 그랬을 것이다.
/2015.5.25 찍고, 2015.9.25 짓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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