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로등 인간(심보통 1979~)
늦은 밤, 아무도 없는
가로등이 불 밝혀진
직지문화공원을 홀로 걷다 보면
나는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가벼운 존재가 된다
환한 대낮
멀뚱히 무료하게 서 있던 가로등 같이.
별빛 드문드문 빛나는 이 밤
즐비한 가로등이 백주의 인파마냥
활기차게 발걸음을 내딛고
나는 그저 꼭 내 키만큼만 짙은 그림자처럼
쓸쓸한 존재가 된다.
걸음을 멈추고 가만 귀기울이면
직지천 냇물소리가 친구가 되고
바람소리가 벗이 되어주는 것 같지만
어째 냇물소리도 바람소리도
가로등 친구인 것을
홀로 착각하는 것 같다.
가로등이 불 밝혀진 밤
직지문화공원에는
가로등 인간이 곳곳을 거닐고 있다
내 키만큼의 그림자는
무심히 가로등을 쳐다보고 있고.
/심보통20131121 산책 중에
'마실에서 본 한양'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심지훈 문화칼럼] 스토리텔링과 기억 (0) | 2013.11.26 |
---|---|
[시] 흔들리지 않기(심보통 1979~) (0) | 2013.11.26 |
[심지훈 문화칼럼] 숙제 (0) | 2013.11.18 |
[시] 나비넥타이(심보통 1979~) (0) | 2013.11.15 |
[시] 형수님 밥상2 (0) | 2013.11.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