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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실에서 본 한양

[시] 가로등 인간(심보통 1979~)


#가로등 인간(심보통 1979~)

늦은 밤, 아무도 없는
가로등이 불 밝혀진
직지문화공원을 홀로 걷다 보면
나는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가벼운 존재가 된다
환한 대낮
멀뚱히 무료하게 서 있던 가로등 같이.

별빛 드문드문 빛나는 이 밤
즐비한 가로등이 백주의 인파마냥 
활기차게 발걸음을 내딛고
나는 그저 꼭 내 키만큼만 짙은 그림자처럼
쓸쓸한 존재가 된다.

걸음을 멈추고 가만 귀기울이면
직지천 냇물소리가 친구가 되고 
바람소리가 벗이 되어주는 것 같지만
어째 냇물소리도 바람소리도 
가로등 친구인 것을 
홀로 착각하는 것 같다.

가로등이 불 밝혀진 밤
직지문화공원에는
가로등 인간이 곳곳을 거닐고 있다
내 키만큼의 그림자는 
무심히 가로등을 쳐다보고 있고.

/심보통20131121 산책 중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