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가라사대(심보통 1979~)
물과 나무와 가지에 붙은 얼음덩어리는 딴 몸이 아니라네.
그 옛날 보문호수에 물이 채워졌지.
그 다음에 그 속에서 나무가 자라났고.
한 겨울엔 바람결에 일렁이다 그대로 얼음이 되었지.
그게 뭇 사람들 이야기지.
다른 얘기를 들려줄게.
물이 채워지기 전에 그곳엔 씨앗이 살았네.
그 씨앗은 깊숙한 곳의 물을 빨아먹으며 자랐네.
충분한 물이 채워져 나는 쑥쑥 자라났고
봄엔 꽃 피우고 겨울엔 얼음을 피우는 거라네.
물과 나와 내 몸에 붙은 봉오리 같은 얼음덩어리는 따로가 아니라네.
/심보통 2014.2.9 경주 보문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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