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쑥떡(심보통 1979~)
엄마는 매년 이맘쯤쑥을 뜯어다가
씻어서 말려
동네 저 아래
방앗간으로 간다,
가서 쑥을 쌀가루에
쓱쓱 버무려 쑥떡으로,
참말로 쑥색의 쑥떡을
싱글벙글 끌고 온다.
와서는 외할매 생전에는
외할매랑, 아빠랑 나눠 먹다가
아빠랑만 나눠 먹다가
이제 엄마만 먹는다.
어쩌다는 아니지만
결혼하고 대전 살다가
집에 들르니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엄마가 쑥떡을 해 왔다.
제 집 가는 아들에게
쑥떡 10장을 뭉텅 싸줬다.
나는 입이 심심해서
엄마가 하는 대로 시킨대로
콩고물에 쑥떡을 쓱쓱 발라먹었는데,
외할매가,
아빠가,
엄마가,
조물딱 조물딱 콩고물 묻혀서
오물오물 씹어먹던
쑥떡이 에이~ㅠ 쑥떡이 아니라
오우~! 쑥떡인 것을 36년 살고 알았다.
다행인 것은
40년 산 형도, 41년 산 누나도
오우~! 쑥떡 맛을 여적 모른다는 거다.
콩고물 숑숑 얹어서
오우~! 쑥떡을 먹다 보니
아빠 얼굴이 아른거린다.
쑥떡은 맛있고,
아빠가 말한다.
"자식, 진짜 맛있는 걸 몰라."
/2015.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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